[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경주 월정교 위가 거대한 수상 무대로 변했다. 신라의 관문이던 아래로 물결이 흐르고, 그 위로 천년의 복식이 되살아났다.
지난 29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2025 대한민국 한복패션쇼’가 경북도와 경주시 주최로 열렸다. ‘한복, 내일을 날다’ 주제로 전통과 미래, 그리고 첨단 기술이 공존하는 무대가 펼쳐졌다.
행사는 세 개의 막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무대 ‘한복, 천년 금빛으로 깨어나다’에서는 신라 왕족의 복식이 재현돼 객석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어진 2막 ‘한복, 오늘 활짝 피어나다’에서는 APEC 정상회의를 기념한 특별 한복이 등장했다. 구혜자 침선장이 제작한 남성복과 강미자 명장의 여성복은 상주 함창 명주 위에 한글과 구름 문양을 직조해 한국적 아름다움을 한껏 살렸다.
하이라이트는 3막 ‘한복, 새로운 내일을 날다’. 이진희 디자이너가 선보인 ‘AI 한복’은 인공지능 기반 패턴 생성 기술로 전통 곡선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모델들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LED 조명과 미디어아트가 함께 움직이며, 마치 한복이 스스로 호흡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천년의 옷이 미래 기술과 만나 생명을 얻은 순간이었다.
현장에는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단과 국내외 경제인, 시민 등 1천여 명이 자리했다. 영부인 김혜경 여사와 캐나다 총리 부인도 함께해 한복의 매력에 찬사를 보냈다. 행사장 주변에는 한식·한옥·한지·한글 등 ‘5韓(한복·한식·한옥·한지·한글)’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전시관도 마련돼 한국 전통문화의 다층적 매력을 전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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