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김봉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한국시간)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공식 승인했다. 한미정상회담 직후 나온 이 발언은 동맹의 군사·산업 협력축을 근본적으로 확장하는 조치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한미 군사동맹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며 “나는 한국이 구식 디젤 잠수함 대신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이 잠수함을 바로 여기, 훌륭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Philly Shipyard)에서 건조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은 곧 ‘대부활(Big Comeback)’을 맞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조선 협력의 상징 ‘필리조선소’에서 핵잠 프로젝트 가동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필라델피아 조선소는 한화그룹이 지난해 인수한 미국 조선산업의 거점이다. 한화는 지난 8월 양국 조선산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의 일환으로 50억달러(약 7조원)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같은 달 26일 필리조선소를 방문해 미국 해양청 발주 선박 ‘스테이트 오브 메인(State of Maine)’호 명명식에서 축사를 하며 “한미 조선협력은 경제안보 동맹의 미래를 여는 열쇠”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중국 상무부는 이달 14일 필리조선소를 포함한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을 제재 리스트에 올리며 한미 조선 협력에 견제구를 날렸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는 이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연료 공급 허용해달라”…트럼프 “공감한다”
이번 ‘승인’은 전날 한미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핵추진 잠수함 연료 공급을 요청한 지 단 하루 만에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디젤 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떨어져 북한·중국 잠수함 추적에 제약이 있다”며 “연료 공급이 허용된다면 우리 기술로 재래식 무장을 탑재한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해 한반도 해역을 방어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공감한다”며 후속 협의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간 후속 협의체 구성이 곧 가동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불가피…AUKUS 모델과 비교
우리 정부가 핵추진 잠수함(SSN) 도입 의지를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라 하더라도, 저농축 우라늄(LEU) 연료를 확보하기 위해선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또는 보완이 필요하다.
미국은 앞서 바이든 행정부 시절, 영국·호주와 함께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를 통해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이전한 바 있다. 반면 한국에는 이 같은 협력의 문호를 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단’은 한국이 ‘AUKUS+1’에 해당하는 새로운 협력 축으로 편입될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같은 글에서 한미 무역 협의 결과도 공개했다. 그는 “한국은 미국이 부과하던 관세를 인하받는 대가로 3500억달러(약 500조원)를 지불(pay)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미국산 석유와 가스를 대량 구매하고, 한국의 부유한 기업과 사업가들이 미국에 투자할 금액은 6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양국은 3500억달러 가운데 2000억달러를 현금으로 직접 투자하되, 연간 투자 한도를 200억달러로 제한하기로 했다”며 “나머지 1500억달러는 조선업 협력 투자금 및 보증으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6000억달러’ 언급은 기존 약정분과 이번 합의액을 합산해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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