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그림책 '외계인 탐사대의 지구인 보고서' 번역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지구인은 호모 사피엔스, '슬기로운 사람'이라고 불리는 종이다. 지구인은 다른 동물과 무엇이 다를까?" ('외계인 탐사대의 지구인 보고서' 본문에서)
만약 지적 수준이 매우 높은 외계생명체가 지구와 인간을 관찰하고 연구한다면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런 상상력에서 출발한 폴란드의 그림책 '외계인 탐사대의 지구인 보고서'(원더박스)가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은 우주에서 가장 지능이 높은 생명체가 지구를 조사한 뒤 작성된 보고서라는 설정으로 누구나 알 만한 상식부터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신기한 사실들까지 지구와 인간에 관한 다양한 내용을 담았다.
예를 들어 '몸무게' 항목을 읽으면 지구인 10명 중 4명이 과체중이며 1명이 저체중이라는 점, 비만 인구가 빠르게 늘어 지금 추세대로라면 2050년에는 2명 중 1명이 비만일 것이라는 전망 등을 알 수 있다.
'잠' 항목에는 지구인이 살아 있는 시간의 3분의 1, 즉 평생 25년 넘게 잔다는 사실을 담겨 있다. 나이가 들수록 수면 시간이 줄어들어 갓난아기는 하루 17시간을, 성인은 9시간을, 노인은 6시간을 잔다고 소개한다. 아울러 미국인의 하루 수면시간은 1942년 7.9시간이었으나 2013년에는 6.8시간을 단축됐다고 기록한다.
다른 동물들과 인간을 비교·대조한 내용이나 인간과 함께 지구에 살아가는 생명체들에 관한 설명도 흥미롭다.
책에 따르면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향고래는 1시간, 벌거숭이두더쥐는 18분, 비버는 15분을 견디지만 인간은 3분밖에 버티지 못한다. 인간의 수면 시간은 성인 기준 하루 8시간 정도인 것과 달리 코알라는 22시간을 자고, 기린은 2시간밖에 수면하지 않는다.
또 지구인의 무게를 모두 합쳐도 균류의 무게가 200배, 바이러스의 무게가 3배 무겁다. 지구 포유류의 63퍼센트는 인간이 기르는 가축이고, 34퍼센트는 지구인이며, 야생동물은 3퍼센트에 불과하다.
이처럼 사실과 통계를 바탕으로 한 정보는 독자가 편견이나 감정을 배제하고 지구 생태계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특정 문화를 중심으로 한 사고방식이나 인간 중심적인 시선을 깨부순다.
성차별, 장애, 빈부격차 등 인간 사회의 모순이나 안타까운 현실을 건조한 문장으로 서술한 부분은 인간 독자를 부끄럽게 한다.
"오랫동안 남성은 여성이 공부하거나 직업을 갖지도 못하게 했다. 오늘날까지도 지구에는 여성이 남성과 같은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곳들이 있다. (중략) 장애의 절반은 막을 수 있다. 가난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가난한 나라에 장애인이 더 많다. (중략) 가난한 나라에 사는 지구인의 평균 수명은 부자 나라에 사는 지구인의 평균 수명보다 30년이나 짧다."
책은 빈부 격차, 자원 낭비, 기후 변화 등 지구가 처한 어두운 현실과 미래에 대한 우려로 마무리된다. 특히 지구인은 지구의 자연 자원을 지구가 생산할 수 있는 속도의 2배로 쓰고 있다고 지적하고서 음식을 버리지 말고 전기를 아끼라고 권고한다. 생산을 하거나 새 물건을 사는 일도 줄이라고 당부한다.
"이 보고서 표지에 붙은 카드에는 이런 말이 쓰여 있습니다. '1000년 뒤, 지구인의 운명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할 것!' 덧붙여서 작고 파란 글자로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 가능성 50퍼센트'"
이 책을 쓴 폴란드 작가 에바 솔라슈는 미술사학을 전공한 큐레이터기도 하다. 14개 언어로 번역 출간된 '상상하는 디자인'을 비롯해 여러 그림책을 펴냈으며, 그의 책들은 세 차례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에 의해 우수 도서로 선정됐다.
로베르트 챠이카 그림·만화. 이지원 옮김. 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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