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미, 세금·환율·관세를 하나로 묶는 ‘경제안보형 SPC’ 추진… 금융공학 결정판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단독] 한미, 세금·환율·관세를 하나로 묶는 ‘경제안보형 SPC’ 추진… 금융공학 결정판

뉴스로드 2025-10-30 07:28:33 신고

3줄요약

한국과 미국이 체결한 3500억 달러 규모의 장기 투자 협정의 핵심은 자금 규모도, 참여 산업도 아니다. 이번 합의의 진정한 무게중심은 ‘우산형 특수목적회사(umbrella-type SPC)’ 구조라는 새로운 금융 설계에 있다. 이는 단순한 투자기법이 아니라, 관세·세금·환율·안보를 동시에 관리하기 위한 국가 간 재무 아키텍처다.

김용범 실장이 기자회견하는 모습. 옆에는 위성락 실장 [사진=연합뉴스]
김용범 실장이 기자회견하는 모습. 옆에는 위성락 실장 [사진=연합뉴스]

▲프로젝트별 손익 통합… “경제안보형 SPC” 등장

이번 협정에서 채택된 우산형 SPC 구조는 기존 프로젝트파이낸스(PF)의 ‘1프로젝트–1SPC’ 원칙을 과감히 깼다.

기존 방식에서는 각 사업마다 별도의 SPC를 세워 자금을 조달하고 손익을 개별적으로 회계 처리했지만, 이번 구조는 모(母) SPC 하나가 여러 하위 프로젝트(SPV)를 우산처럼 덮는 형태다.

이 구조의 본질은 ‘손익 상계(Offsetting)’다. 한 프로젝트에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이익으로 이를 상쇄해 포트폴리오 전체의 순이익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반도체·AI 데이터센터·방산·에너지 프로젝트가 각각 독립적으로 추진되더라도, 그 손익은 모두 상위 SPC에서 통합 관리된다. 이렇게 되면 투자 회계의 초점이 ‘개별 사업의 성공 여부’가 아니라 ‘국가 간 포트폴리오의 총수익 구조’로 이동한다.

이는 단순히 금융기법이 아니라, 경제안보 개념을 회계구조로 구현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사진=백악관]
[사진=백악관]

▲외환시장 완충장치… “환율 쇼크를 막는 설계된 흐름”

우산형 SPC는 금융시스템 안에서 ‘거시경제 안전밸브’처럼 작동한다. 이번 한미 협정의 자금은 단일 거래가 아니라 단계별(Phased)로 집행되며, 각 프로젝트의 자금 흐름이 SPC 내부 풀을 통해 조정된다.

그 결과, 대규모 외화 자금이 한꺼번에 들어와 환율을 요동치게 하는 전통적 자본유입 모델과 달리, SPC 내부에서 원·달러 전환이 점진적으로 일어난다. 즉, 한·미 양국이 통화와 자본 흐름을 하나의 SPC 틀 안에서 미세조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이 설계는 곧 '환율을 흔들지 않고도 자본을 이동시킬 수 있는 회계적 통화정책'이라 할 수 있다. 단순한 금융구조를 넘어, 거시경제적 환율 안정장치로 기능하는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필리조선소를 방문해 축사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필리조선소를 방문해 축사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세금·현금·관세까지 하나의 회계언어로 묶다

회계적 관점에서 보면, 이 구조는 손익통산 그룹(relief group)에 가깝다. 개별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손실은 SPC의 연결 손익계산서에서 즉시 차감돼 세전이익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과세표준을 낮추는 효과를 낸다.

예컨대 AI 프로젝트에서 5억 달러 손실이 발생해도, 방산 인프라 부문이 7억 달러 이익을 내면 순이익 2억 달러만 과세 대상이 된다. 세무적으로는 효율성 극대화, 재무적으로는 현금흐름 안정화를 경제적으로는 자본 회전율 제고라는 3중 효과가 동시에 발생한다.

여기에 관세까지 포함된다. SPC의 포트폴리오 구조를 통해 수입관세와 투자이익을 통합 관리할 수 있다면, 향후 관세 부담이 투자 배당이나 세액공제로 상쇄되는 ‘관세회계 통합모델’이 가능해진다. 이는 실질적으로 투자와 무역을 한 몸으로 묶는 회계적 관세협정이라 볼 수 있다.

미국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연합뉴스
미국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연합뉴스

▲한미 경제협정 구조의 전략적 의미

이 구조는 한국에게 재정안정과 환율 완충 기능을 미국에게는 관세정책의 내부화라는 전략적 이득을 제공한다.

첫째, 한국의 관점에서 △거대 외자유입을 한꺼번에 흡수하지 않아 환율 급등을 피하고 △세무상 손익통산으로 투자비용을 절감하며 △프로젝트 손실이 장기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둘째, 미국의 관점에서 △관세를 통한 통상정책이 단순 세입이 아닌 투자수익으로 재구성된다. △장기적으로 한미 공동 SPC를 ‘세무·재정·안보 연동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결국 이번 구조는 한미가 무역과 투자, 세금과 안보를 하나의 회계언어로 통합한 협정이다. 이것은 ‘경제정책’이 아니라, 재무제표로 표현된 외교정책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연합뉴스

▲국제회계기준(IFRS) 시각에서 본 리스크

국제회계기준(IFRS 10, 11, 12)에 따르면, 우산형 SPC는 모회사의 통제(Control)가 실질적으로 미친다면, 통합재무제표(Consolidated Financial Statements) 범위에 포함된다.

이는 프로젝트별 손익이 모두 모(母) SPC의 손익으로 연결된다는 뜻이며, 회계투명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리스크 전이(contagion risk)도 존재한다. 특히 한 프로젝트의 부진이 전체 SPC의 부채비율과 신용등급을 흔들 수 있다.

또한 두 국가 간 세법상 ‘그룹 손익통산(Group Relief)’ 인정 범위가 달라 이 구조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이전가격(Transfer Pricing), 사전승인(APA) 등 국제조세 협의가 필수적으로 뒤따른다. 즉, 이번 구조는 금융기술만큼이나 법적 정합성과 세무 설계 능력이 중요한 복합구조다.

미국 달러 [사진=연합뉴스]
미국 달러 [사진=연합뉴스]

▲세계 최초의 ‘경제안보형 SPC’, 한미가 열다

이번 우산형 SPC 모델은 국가 간 협정이 더 이상 관세나 무역비율에 머물지 않고, 재무구조 자체로 설계되는 시대가 왔음을 상징한다. 이 구조는 하나의 숫자도 허투루 짜여 있지 않다. 세금(Tax), 환율(FX), 관세(Tariff), 이익배분(ROI)까지 모두 하나의 회계시스템 안에서 동시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는 '국가 간 동맹의 언어가 군사에서 회계로 옮겨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경제안보는 이제 외교문서가 아니라, SPC의 결산보고서로 구현되는 시대에 들어섰다.

이번 한미 협정은 자본시장 관점에서 세계 최초의 국가 간 ‘경제안보형 SPC’라 평가할 수 있다. 그 목적은 단 하나다. △자본 △무역 △세금 △환율 △안보를 하나의 구조로 통합해, 양국이 같은 재무제표 위에 서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제 세계는 한 가지 새로운 기준을 마주하고 있다. 외교의 중심에 외환이 아니라 회계가 놓이는 시대가 됐다. 한미의 우산형 SPC는 바로 그 변곡점을 상징한다. 이는 단순한 금융구조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가 설계한 회계적 동맹(Accounting Alliance)', 즉 경제안보를 숫자로 표현한 세계 최초의 실험이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Copyright ⓒ 뉴스로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