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아내와 산부인과를 방문했던 B씨는 잠시 짐을 가지러 주차장에 나갔다 황당한 장면을 목격했다. 주차돼 있는 택시 안에서 기사가 창밖으로 팔을 내밀고 담배를 피고 있던 것이다. 내 아내가 저런 택시를 탄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동영상을 찍기 시작한 찰나 해당 기사는 꽁초를 창밖으로 탁탁 털어버리고 거리를 빠져나갔다.
택시 운수종사자의 차내 흡연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택시 내 담배를 피는 운수종사자에게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지 10년이 넘었으나 여전히 일부의 일탈로 승객들의 불편함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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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01건→작년 550건 처분…실제 흡연 더 많을 듯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택시 내 흡연으로 처분을 받은 건수는 늘어나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4년 승객 여부와 관계없이 차내 흡연 시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키로 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을 시행했다. 그 해의 처분 건수는 96건이었다. 이어 2015년 160건, 2016년 287건, 2017년 288건, 2018년 259건 수준을 보였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하면서 다양한 단속이 활발했던 2019년부터 2021년까지는 각각 512건, 566건, 651건으로 급증했다. 2022년에는 401건으로 다소 줄긴 했으나 2023년 473건, 2024년 550건으로 점차 늘어나는 형국이다. 올해는 10월말 기준 431건을 처분한 상태다. 하루에 한 건꼴로 처분하고 있는 셈인데, 실제 흡연은 그보다 더 잦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실제로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지난 2017년 ‘금연정책포럼’의 전문가 기고를 통해 승객 중 84.8%가 택시 내 담배 냄새로 인한 불쾌감을 느낀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담배냄새로 인한 불쾌감에 대해 73%는 참고 20.8%가 피한다고 답했다.
연초는 물론 전자담배도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신고를 접수받으면 해당 자치구에서 신고자의 진술과 종사자의 소명 등을 받고 심사위원회 등의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처분을 결정한다. 과태료는 10만원이다. 다만 차내 승객의 흡연에 대해서는 기사가 운송을 거절할 수는 있어도 처분할 수 있는 규정은 없는 상태다.
택시 내 흡연 신고는 다양한 제보가 주를 이룬다. 예컨대 차내 승객이 직접 본 것은 물론, 운행 중 흡연이나 택시를 세워두고 운전석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는 것을 목격한 사람 누구나 신고할 수 있다. 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위반내용, 일시, 장소, 차량번호, 사진·동영상 등 증거자료를 첨부해 국민신문고나 120 교통불편신고 등에 접수하면 된다.
서울시는 차내 흡연 방지를 위해 교육을 통해 여객자동차운송사업에 사용하는 자동차 안에서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된다는 안내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을 통해 ‘택시운전사 흡연현황 조사’도 추진하고 나섰다. 지난 2020년 법인택시를 대상으로 한 조사 이후 5년 만이다. 이를 통해 지난 교육의 효과를 짚어보고 쾌적한 택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냄새뿐 아니라 승객 건강에 악영향’ 인식 개선 우선”
담배 연기는 바로 사라지는 게 아니라 실내의 다양한 표면에 흡착해 인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니코틴과 타르는 끈적거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오랜 시간 동안 남아 있게 된다. 좁고 밀폐된 자동차의 경우 담배를 피운 뒤 며칠, 몇 주, 심지어 몇 달이 지나도 오염물질이 남을 수 있다는 게 보건복지부 측 설명이다.
그럼에도 일부 운수종사자들은 “창문을 내리고 피는데”, “잠깐 피고 환기하면 되겠지” 등의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어 차내 흡연이 근절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전문가인 나 조차도 택시 내 흡연에 대해 관심이 부족했다”며 “1년에 500건이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것은 적은 수치는 아니다. 관심을 가질 영역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잠깐 피운 담배가 냄새 뿐 아니라 안좋은 물질로 인해 승객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문제 인식이 필요하다”며 “과태료 처분을 받으면 억울해하는 데 그칠 수도 있다. 그렇지 않도록 철저한 교육과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는 흡연자에게 집을 렌트해주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주 정부에서 그 집의 카페트나 페인트를 새로 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며 “택시도 담배를 피지 않겠다고 서약하면 냄새가 배어있는 차의 청소 비용을 지원해주는 식의 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관계자는 “운수업종사자를 포함한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다른 직군에 비해 흡연율이 높다”며 “이런 고위험 집단을 위한 지원 서비스 강화나 금연을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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