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지난 7월 관세 협상의 큰 틀을 마련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가 29일 전격 타결된 양국 간 관세 협상 세부 합의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한국과 미국은 1500억달러에 달하는 마스가 투자와 관련해 한국 기업의 주도로 현금 투자와 정부 보증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최종 결정에 합의했다. 투자 수익 배분 비율은 원금 회수 전까지 한미가 5대 5로 하기로 했다.
한국이 20년 내 원리금 전액을 상환받지 못할 것으로 보이면 수익 배분 비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미일 간 관세 합의에서 이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간다는 내용과 견줘보면 업계에서는 예상보다 긍정적인 협상 결과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 결정권 및 방식에서 한국 조선사와 관련 당국이 더 강화된 발언권을 확보함과 동시에 마스가 투자에서의 입지도 한층 강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한미 관세 협상 최대 쟁점이었던 3500억달러 대미 투자 중 1500억달러는 조선업 협력, 나머지 2000억달러는 현금 투자로 구성된다"고 밝혔다.
이어 “조선업 협력은 우리 기업 주도로 추진되며 정부 보증도 포함하는 방식으로 합의했다”며 “신규 선박 건조를 도입할 때는 장기 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해 우리 기업의 선박 수주 가능성을 높였다”고 부연했다.
김 실장은 "조선 분야 1500억달러는 외국인 직접투자(FDI)로 국내외 시중은행을 통해 대출 보증을 받게 되는 만큼 선박 금융까지 포함해 국내 외환 시장에 미치는 실질적 부담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는 약 3개월간 미국 측에서 줄곧 주장해 온 3500억달러 ‘전액 현금 투자’ 원칙에서 조선업 부문에 한해 보증(guarantee)을 허용한 것으로 한국 기업의 재무적 부담을 크게 줄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조선업계에서는 특히 이번 합의가 한국이 투자처와 방식에서 주도권을 쥐게 된 전환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애초 지난 7월 31일 체결된 마스가 기본 합의는 미국 주도의 투자 구조였다. 하지만 이번 세부 조율을 통해 한국 기업이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미국은 이를 받아들이는 구조로 변경됐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마스가 펀드는 미국이 원하는 분야에 우리 기업이 투자해야 하는 종속적 성격이 강해 한국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었다”며 “하지만 이번 세부 합의에서는 우리 기업이 프로젝트를 정해 미국 투자 의향을 제안하면 미 측이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수정됐다”며 사실상 한국이 마스가 펀드의 키를 잡은 것과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세부 합의에는 앞서 미국과 일본이 정상회담에 맞춰 체결한 조선업 분야 협력 각서인 이른바 '일본판 마스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일 양국은 '조선업 작업반'을 설치해 구체적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는데 투자와 관련해서 일본이 프로젝트를 제안하면 미국이 이를 수용하는 공동투자 방식에 합의한 바 있다.
한미 관세 협상 세부 합의 도출 과정에서 한미 조선 협력이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란 시그널은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서 여러 번 예고됐다.
일본을 출발해 한국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6분께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특별연설에서 "한국과 무역 합의를 곧 타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의 조선업 협력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우리의 중요한 파트너이며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낙후된 미국 조선업을 부흥시킬 수 있다”면서 “한화그룹이 인수한 필리조선소가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조선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도 조선업을 중심으로 한 양국 간 협력 관계를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조선업의 대가(master)”라며 “우리는 필라델피아와 다른 지역에서 한국과 함께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 머지않아 최고의 자리에 오를 것”이라고 마스가 프로젝트에 대한 높은 기대를 반영했다.
이 밖에도 한미 양국은 국가안보회의(NSC) 산하에 조선협력 협의체를 신설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의 조선 협의체는 단기간 내 가시적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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