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전 세계 원자재 가격이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세계은행(WB)은 29일(현지시간) 발표한 ‘원자재시장전망(Commodity Markets Outlook)’ 보고서에서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2025년과 2026년 각각 7%씩 하락할 것”이라며 “이는 4년 연속 하락세로, 세계 경제의 둔화와 원유 과잉공급, 그리고 정책 불확실성의 장기화가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에너지 가격 하락이 전 세계 인플레이션 완화에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 쌀·밀 가격이 낮아지면서 일부 개발도상국에서는 식품 접근성이 개선됐다. 그러나 여전히 팬데믹 이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해, 2025년과 2026년 평균 가격은 각각 2019년 대비 23%, 14%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이자 개발경제 부총재인 인더밋 길(Indermit Gill)은 “원자재 시장은 글로벌 경제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진정되고 있지만, 이 완화는 일시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각국 정부는 지금의 기회를 활용해 재정을 정비하고, 기업 환경을 개선하며, 무역과 투자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원유 시장이다. 세계은행은 올해 원유 공급 과잉이 2020년 대비 65% 증가했으며, 내년에도 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하이브리드차 확산과 중국 내 석유 소비 정체가 수요 둔화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브렌트유 가격은 올해 평균 배럴당 68 달러에서 내년 60 달러로 떨어져 5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에너지 가격은 올해 12%, 내년 10%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식품 가격도 완만한 하락세다. 금년에는 6.1%, 내년에는 0.3%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두 가격은 사상 최대 생산량과 무역 긴장 완화로 하락세를 보이지만, 커피·코코아 가격은 공급 회복으로 내년에 하락할 전망이다. 반면 비료 가격은 올해 21% 급등 후 내년 5%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생산비 상승과 교역 제한의 영향으로, 농가 수익성 악화와 작황 둔화가 우려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반대로 귀금속 시장은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불확실한 세계정세 속에서 안전자산 선호가 급증하며 금값이 2025년 42%, 2026년 5% 상승해 2015~2019년 평균의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은 가격도 올해 34%, 내년 8% 오르며 사상 최고 연평균가를 경신할 전망이다.
세계은행은 향후 변수로 글로벌 성장 둔화, OPEC+의 생산량 확대, 전기차 보급, 지정학적 갈등, 라니냐(La Niña)로 인한 이상기후 등을 꼽았다. 특히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이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용 금속 가격을 끌어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아이한 코세(Ayhan Kose) 세계은행 부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저유가 국면은 개발도상국이 재정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비효율적인 유류보조금을 줄이면 인프라와 인적자본에 투자할 여력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 중심 지출을 투자 중심으로 전환하면 성장 잠재력과 일자리 창출이 함께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은행은 과거 국제 원자재 협정의 역사적 성과를 되짚으며, “단기적 가격 안정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장기적 성공은 드물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석유수출국기구(OPEC)조차 고유가 시기에는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하며, 가격 통제 대신 생산 다변화, 기술 혁신, 데이터 투명성, 시장 기반 가격 체계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세계은행은 이번 전망에서 “원자재 시장은 세계경제의 온도계”라며 “하락세가 안정으로 이어질지, 혹은 새로운 변동의 전조가 될지는 각국의 정책 선택에 달려 있다”고 결론지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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