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녀 선생님께서 25년 전 했던 홍길동은 정말 근사했어요. 선생님께 배우면서 흉내내는 것이 첫번째이고, 공연에 올라갔을 때는 김율희만의 홍길동을 선보일 겁니다.”(김율희)
‘한국형 히어로’ 홍길동이 마당놀이로 재탄생해 관객을 찾아온다. 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 이소연과 국악그룹 ‘우리소리 바라지’의 김율희가 ‘여성 홍길동’으로 무대에 오른다. 오는 11월 28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선보이는 마당놀이 ‘홍길동이 온다’에서다.
29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 마당놀이 ‘홍길동이 온다’ 간담회에서 손진책 연출은 “답답한 현실을 속 시원하게 풀어보고 싶어 오랜만에 ‘홍길동전’을 다시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어 “예전 홍길동이 신분의 벽을 넘었다면, 오늘의 홍길동은 제도와 차별, 이념과 자본의 벽을 넘는 인물”이라며 “누구나 홍길동이 되어 이 시대를 다시 바라보자는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
‘홍길동이 온다’는 극단 미추의 ‘홍길동전’을 바탕으로 오늘날 시대 정서를 반영해 새롭게 각색한 버전이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이 겪었던 불합리한 세상을 청년실업·사회적 단절·불평등 등 오늘날의 현실 문제들과 교차시켜 풀어낸다. 2014년 ‘심청이 온다’를 시작으로 연말연시 마당놀이를 선보여온 국립극장은 2000년 이후 공연되지 않았던 극단 미추의 ‘홍길동전’을 재소환했다.
25년 전 홍길동 역을 맡았던 ‘원조 홍길동’ 김성녀는 연희감독을 맡아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다. 김성녀는 “이소연이 강직하고 리더십 있는 홍길동이라면, 김율희는 자유롭고 당찬 홍길동”이라며 “각자의 색이 분명한 만큼 서로 다른 느낌의 홍길동을 만나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홍길동과 활빈당의 활약은 공중 활공(플라잉), 마술, 아크로바틱 등 역동적인 무대와 함께 생생하게 펼쳐진다. 홍길동의 신묘한 능력을 가까이에서 체험하게 해주는 마술 장면을 비롯해 홍길동이 적과 대결하는 플라잉 연출 등이 박진감을 더한다.
다만 마당놀이를 상징하는 풍자와 해학 등 비판 정신이 약해지는 현실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내비쳤다. 손 연출은 “전두환 정권 시절만 해도 마당놀이는 현실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권력을 향해 야유하던 무대였다”며 “하지만 지금은 사회가 양극단으로 갈라지면서 정치 현실을 받아들이는 태도조차 개인의 취향으로 여겨지는 시대가 됐다. 마당놀이의 강점을 잃어가는 현실이 저 역시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시대 모두가 원하는 공명정대, 공동체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답을 보여준다기보다 질문을 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녀는 “요즘 뉴스를 봐도 정말 풍자할 거리가 많은데, 이를 활용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며 “어떻게 하면 웃음 속의 비수처럼 은근하게 숨기면서 표현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