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극적 타결···3500억불 투자·관세 15% 인하 합의

김용범 정책실장이 29일 경북 경주 APEC 미디어센터에서 한미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한국과 미국이 3500억달러(약 495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및 상호 관세 조정을 포함한 포괄적 협상에 최종 합의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관세 및 투자 관련 핵심 쟁점을 타결하고, 조만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로 했다. 이번 협상으로 양국 간 무역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한국 기업의 대미 진출 여건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경주 APEC 국제미디어센터 브리핑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 세부 내용에 합의했다”며 “총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액 중 현금은 2000억달러, 조선업 협력은 1500억달러로 구성됐다”고 밝혔다.

2000억달러 현금 투자는 연간 200억달러 상한 내에서 사업 진척도에 따라 분할 투자된다. 김 실장은 “외환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투자 속도를 조절해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조선산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에 대해서는 “마스가는 우리 기업 중심으로 추진되며, 대출과 보증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 선박금융을 통해 외환시장 부담을 줄이고, 한국 조선사의 수주 기회를 확대했다”고 덧붙였다.

양국은 자동차·부품·반도체 등 핵심 품목의 관세를 15%로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김 실장은 “자동차 부품 관세도 15%로 조정됐으며, 반도체는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또 “의약품은 최혜국 대우를 적용받고, 미국 내 생산이 없는 천연 제품은 무관세로 분류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협상에는 투자수익 배분 방식도 포함됐다. 김 실장은 “투자 수익은 원리금 상환 전까지 한미가 5대5로 배분하며, 20년 내 원리금 회수가 어려울 경우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는 이자율을 조정해 현금 흐름을 확보하고, 손실 프로젝트는 다른 사업 수익으로 보전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우리는 합의를 이뤘으며 무역협상을 거의 타결했다”며 “오늘 한국과 아주 훌륭한 회담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매우 중요한 많은 항목에서 결론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정책실장은 “이번 협상으로 외환시장 부담을 완화하고, 미국 내 한국 기업의 사업 참여 기회를 넓혔다”며 “특히 미국 정부가 한국이 추천한 기업을 우선 사업 주체로 선정하고, 한국인 프로젝트 매니저를 채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토지 임대, 용수·전력 공급, 규제 개선 등도 미국 정부가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다”며 “농산물 추가 시장 개방은 철저히 방어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번 협상 내용을 토대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간 양해각서 체결을 추진할 예정이다. 국회 비준 절차를 거쳐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관세 인하 조치는 내달 1일부터 소급 적용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