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평양 무인기 사업과 관련해 전산장비 폐기, 비상장기업 지분 매입, 퇴직 임원 자문료 지급 등 각종 의혹에 휘말렸다.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권력형 비리로 주장한 가운데 KAI 측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어 파문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박 의원에 따르면, KAI는 이른바 ‘평양 무인기 작전’으로 불리는 무인기를 한 중소기업으로부터 구매해 국방과학연구소에 납품했다. 해당 무인기는 소위 ‘라벨 갈이’를 거쳐 국과연을 통해 드론작전사령부로 전달됐는데, 이 과정이 통상적인 무기획득 절차에 해당하지 않는 ‘부정 조달’이라는 게 박 의원의 지적이다.
뿐만 아니다. 사업에 대한 내란특검의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임원급 인사가 특정 PC의 포맷을 지시한 것으로 박 의원은 파악했다. 데스크톱 1000여 대와 노트북 2000여 대 등 총 3000여 대의 전산장비를 파기하는 등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차재병 대행 체제에서 진행된 지분투자와 비상장주식 매입이 비자금 조성으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의원은 “KAI 자체 프로젝트에 대한 경쟁입찰에서도 기술력 부족으로 탈락한 업체를 KAI가 거액을 주고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며 “합리적 투자보단 결탁을 통해 불법적 비자금을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KAI 강구영 전 사장에게 지급된 연 3억원 규모의 자문료도 이사회가 자문료를 결의하기 이전에 계약이 체결된 사실이 박 의원을 통해 공개됐다. 박 의원은 “이사회 의결 전에 의결 이후를 전제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것은 업무상 배임과 횡령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라크 수출용 다목적 헬기 납품 과정에서도 비정상적 지시 정황이 드러났다. 제작이 지연되자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이 소방청 배정 헬기 2대를 이라크로 우선 수출하라고 지시했는데, 당시는 선수금도 받지 못한 상태였다. 박 의원은 “정상적인 계약이라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윤 전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 조력자 김충식 씨의 메모에 강구영 전 사장과 FA-50 말레이시아 수출이 언급된 점, 강 전 사장이 대통령실을 수시로 드나든 점, 같은 시기 김건희 여사의 친오빠 김모씨가 말레이시아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다는점, 말레이시아에서 대량의 마약이 수입됐다는 점, 대통령실이 하필 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점 등이 의문으로 제기됐다. 박 의원은 “FA-50의 말레이시아 수출과 그 대가, 수수료 등에 대한 수사와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KAI 측은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무인기 관련 장비 폐기 문제는 정기 절차에 따른 것으로, 사내 규정상 6년 이상 사용한 장비는 교체 대상이며 저장매체는 분리 후 2년간 보관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퇴직자 하드디스크 역시 모두 보관돼 있어 증거인멸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자문료 지급은 장기 사업의 연속성과 전문성 유지를 위해 규정에 따라 퇴직 임원을 자문역으로 선임할 수 있도록 돼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본부장급 추천과 대표이사 결재를 거쳐 진행된 사안으로, 보수는 재직 당시 기본급의 80%로 산정된다고 설명했다.
KAI 관계자는 “(전 정부) 대통령실의 지시는 없었다”며 “FA-50 말레이시아 수출은 2017년부터 기술 경쟁을 거쳐 성사된 정식 계약으로, 특정 인물이나 시기와 무관하며 현지 정부와의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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