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열린 APEC Summit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금 ‘미국의 부활’을 선언했다. 29일 그는 이번 연설을 통해 “경제안보는 곧 국가안보”라고 못박으며, 한국을 인도·태평양 질서의 중심 파트너로 지목했다.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닌, 산업·기술·군사·에너지 동맹을 포괄하는 새로운 세계경제 구도의 방향을 제시한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산업과 기술 문명의 기적을 이룬 나라”라며 “자유사회와 지속 가능한 민주주의의 모범”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은 미국의 가장 소중한 친구이자 전략적 동맹국”이라고 강조하며, 이번 APEC에서 한미 협력의 범위를 ‘경제안보축’으로 격상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한국이 세계가 배워야 할 모델”이라며 산업화와 기술혁신의 경험을 ‘서방 문명권의 성공사례’로 정의했다.
트럼프는 “9개월 만에 18조 달러(약 2경5774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고, 이는 전임 행정부 4년간의 성과를 단숨에 능가했다”고 밝혔다. “GDP는 3.8% 성장했고, 인플레이션은 2.7%까지 안정됐다”며 “지금의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활력이 넘치는 경제국가”라고 자평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은 강력한 산업 기반, AI 기술, 에너지 자립이 맞물린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설의 핵심은 경제정책을 안보전략의 연장선으로 두는 ‘경제안보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8년 전 아시아에서 처음 이 원칙을 제시했는데, 이제 그 비전이 현실이 됐다"고 회고하며 “APEC은 새로운 공정무역 질서를 만드는 파트너십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조선, 반도체, 에너지, 핵, 인공지능, 의약품 등 전략산업에서 새로운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한국을 이들 산업 연합의 핵심축으로 언급했다.
특히 그는 조선산업을 국가안보의 핵심으로 재정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2차대전 당시 하루 한 척의 군함을 건조하던 나라였다”며 “이제 한국과 함께 조선산업을 되살릴 것”이라고 선언했다. 트럼프는 “한국과 협력해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소로 부활시킬 것”이라며 “조선산업은 국가안보이자 인도·태평양 경제동맹의 전략기반”이라고 밝혔다. 이는 HD현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사의 미국 내 협력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AI와 에너지 자립도 주요 화두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AI는 산업의 두뇌이고, 전력은 그 심장이다”라며 “AI 혁신 기업들이 자체 발전소를 세워 전력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의 에너지 자립 없이는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도 없다”며 “잉여 전력은 다시 그리드에 재판매하는 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이며, 우리는 함께 승리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그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위해 함께 나아가겠다”며 “무역은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평화를 만드는 도구”라고 정의했다.
이날 경주에서의 연설은 단순한 회담 메시지가 아니라, 한미 경제안보 동맹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설정한 선언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산업문명의 상징’으로 치켜세우며, 조선·AI·에너지·반도체 협력을 통해 ‘경제를 통한 안보 동맹’을 실현하겠다고 천명했다.
그의 발언은 한국에게 분명한 질문을 던진다. 미국 중심의 경제안보 블록에 깊숙이 참여할 것인가, 아니면 자율적 균형을 추구할 것인가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주 연설은 그 선택의 무게를, ‘경제로부터 평화를 만든다’는 신경제 질서의 이름으로 남겼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Copyright ⓒ 뉴스로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