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한 29일 경주에서 '반(反) 트럼프' 집회가 대대적으로 벌어지면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국립경주박물관 인근이 한때 극도의 긴장 상태에 놓이기도 했다.
시위대는 경찰 저지를 뚫고 행사장 주변 100여m까지 진입하는 일이 발생했으나 다행히 마찰 없이 트럼프 대통령은 행사장을 떠났다.
'반트럼프 시위대' 일부 경찰 차벽 뚫고 질주…강제해산 나서
트럼프, 시위대와 마찰 없이 현장 떠나
이날 오전 경주 동천동 구황교 네거리에서는 진보 성향 시민단체 '2025 APEC 반대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은 불평등한 세계질서의 상징이라며 방한을 규탄했다.
참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 모형을 밧줄로 묶은 뒤 '레드카드'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벌였고 "1%만을 위한 APEC 반대", "트럼프는 돌아가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후 오후에는 민주노총 등 30여개 단체에서 3000여명이 참여한 대규모 행진이 옛 경주역 일대에서 이어졌다.
이에 경찰은 도심 전역에 8000여명의 경력을 배치해 질서 유지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국립경주박물관 인근에서 집회를 벌이던 시위대 중 70여명이 경찰 저지를 뚫고 행사장 주변 100여m까지 진입하는 일이 발생했다.
동궁과 월지에서 경주박물관까지는 직선으로 400∼500m가량 떨어져 있으며, 시위대는 경찰 감시를 벗어나 왕복 4차선 도로를 따라 200∼300m를 달리며 이 지점까지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시위대의 도로 진입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장 안으로 들어간 뒤 발생해 미국측 경호 인력과의 직접적인 충돌은 없었다.
경찰은 돌발 상황 발생에 따라 경력 700여명을 동원해 통제선을 구축했으며, 반복된 경고에도 시위대가 대치상황을 풀지 않자 강제해산에 나섰다.
이로인해 몸싸움과 고성이 오가는 등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으나 큰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저지선을 뚫고 박물관 인근까지 진입한 시위 참가자들을 사법 처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 여학생이라 강제 해산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돌발 행동을 한 10여 명은 채증 후 사법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위는 오후 4시 20분께 종료됐다.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하는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상회담이 종료됐지만, 당초 경찰이 설정한 트럼프 미 대통령 동선이 시위 현장과 겹치지 않았던 까닭에 이동 상황에서 별다른 돌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 리무진 차량은 숙소인 힐튼호텔로 별다른 문제 없이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고 홈" vs "환영" 경주 곳곳서 찬반 집회
대선 후보였던 권영국 정의당 대표도 반트럼프 시위 나서
이날 반트럼프 시위 현장에는 지난 21대 대선에서 후보로 나왔던 권영국 정의당 대표의 모습도 보였다.
권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 같은 형태의 APEC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다"며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가 관세 약탈을 통해 국제 무역 질서를 완전히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약탈적 관세 무역을 강요하는 트럼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여러 나라에 투자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러한 겁박은 미 제국주의가 자신의 힘을 가지고 약탈과 불평등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환영하는 집회도 열렸다.
경주박물관에서 2㎞가량 떨어진 노동동 봉화대 광장에는 '경주 APEC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환영 국민대회'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마이크를 잡은 집회 관계자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호명하자 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만세"를 외쳤다.
황남동 내남네거리 인근에서도 환영 집회가 열렸다. 행사에 참가한 보수단체 회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트럼프 대통령을 환영하거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이재명 대통령을 규탄하기도 했다.
한편 APEC 기간인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경주 전역에서 20여 건의 집회가 신고됐다. 이 중 17건이 APEC과 직접 관련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경주 도심 황리단길과 대릉원, 버스터미널 등 주요 지역을 '특별 치안 강화 구역'으로 지정했다. 1만9000명의 인력과 사이드카 181대, 순찰차 156대를 투입할 계획이다.
서울서도 찬반집회…"함께 MAGA" vs "투자 철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두고 환영 집회와 반대 집회가 서울에서 각각 열렸다.
이날 오후 공자학원실체알리기운동본부, 중공아웃 등 보수성향 단체들은 중구 중앙우체국 앞에 모여 '트럼프 환영, 시진핑 규탄 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한국과 함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이라고 적힌 현수막과 애드벌룬을 띄우고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반겼다.
공자학원실체알리기운동본부 한민호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은 말로만 한미동맹을 중시한다 하고 실제로는 은근히 중국 편을 든다"며 "한미동맹 강화를 실천하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주권당 등 진보성향 단체들은 종로구 의정부터 발굴 현장 인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반대한다는 취지의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미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에 대한 사과를, 우리 정부에는 대미 투자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국민주권당은 지난달 4일부터 반미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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