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집에서도 이태원 참사 추모 이어져…유족들은 '사이렌'에 눈물
(서울=연합뉴스) 이율립 기자 = "오늘이 3주기이고, 앞으로 4년, 5년 계속 갈 수도 있잖아요. 진상규명이 빨리 이뤄져 일상을 회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원하는 건 그거예요."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맞은 29일 오후, 50대 남성 A씨는 종로구의 추모 공간 '별들의 집'에 걸린 딸의 사진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이렇게 말했다.
참사 이튿날 새벽 A씨는 운동을 위해 집을 나서다 딸이 없자 딸 친구에게 전화했다. "'어디니' 그랬더니 같이 이태원에 갔었는데 기절했다가 일어나보니 지금 어디 있는지 자기도 모르겠다는 거예요. 하소연할 데도, 찾아볼 데도 없고 경찰서에 가서 될 일도 아니겠더라고요." 딸을 찾아 방황하던 A씨는 결국 공원에 넋을 잃고 앉아 있던 중 경찰로부터 "딸이 세상을 떠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3년이 지났지만 그의 가족에게 참사는 진행 중이다. 아내의 대인 기피 트라우마가 이어지며 집도 옮겼다. '이태원'은 여전히 집에서 '금기어'다. A씨는 "오늘도 회사에 간다고 하고 몰래 왔다"며 "별들의 집에 오면 그냥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고 했다.
지난 3년, 참사 유가족을 향한 시선은 A씨 가족을 움츠러들게 했다. 그는 "사람들이 쳐다보는 눈이 묵시적으로…리본 같은 걸 거꾸로 한다든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다"고 토로했다.
A씨의 바람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개정돼 3년 전 참상의 진실이 제대로 규명되는 것이다. 그는 "가시적으로 유가족들이 (변화를) 느낄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별들의 집엔 23일부터 희생자를 추모하는 작품들이 전시 중이다. 전시 공간을 찾은 시민들은 벽에 걸린 희생자 사진을 바라보며 이름을 되뇌었다. 한쪽 벽엔 '진상규명이 이뤄지는 그날까지 지켜보고 기억하겠다', '3주기가 벌써 돌아오다니 아침부터 많이 생각이 나 잠깐 들른다'는 등의 포스트잇 메모가 가득 붙었다.
두 손을 모으고 둘러보던 대학생 김모(20)씨는 "'참사가 잊히는 것도 그 참사의 연장'이란 문구를 봤다"며 "그 말처럼 계속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기억하고, 참사 당일 날이 되면 한 번쯤은 생각해보게 되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앞서 광화문 광장에선 정부와 유족이 처음으로 공동 주최한 '3주기 기억식'이 열렸다. 오전 10시 29분 서울 전역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9명을 추모하는 사이렌이 울리자, 유가족들은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기억식에 참석한 시민들은 '별들과 함께 진실과 정의로'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이모(64)씨는 "(재혼한) 아내가 삼풍백화점 참사로 자녀를 잃어서 함께하는 마음으로 왔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로 아들 김동영군을 잃은 김재만(62)씨는 "피해자들이 연대해 안전한 사회로 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2yulrip@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