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의 인기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이제는 'K소스'가 새로운 한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추장과 간장, 불닭소스 등 한국식 양념이 단순한 조미료를 넘어 하나의 '문화 코드'로 자리 잡고 있으며 해외 현지 소비자들 사이에선 직접 K소스를 응용해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어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대형 유통 매장 트레이더 조는 올해의 레시피로 '꿀 고추장 콘 쿠키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선정했다. 고추장이 낯선 서구권에서 디저트나 베이커리 재료로 활용된 음식이 올해의 레시피로 선정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트레이더 조의 올해의 레시피는 매장에서 판매되는 재료를 활용해 직원들이 만든 요리 중 최고를 뽑는 행사로 매년 한 차례 열린다.
기업뿐 아니라 유명 배우들도 K소스를 활용한 레시피를 공개하고 있다. 미국 유명 배우 기네스 펠트로는 최근 개인 SNS에 내가 해석한 한국식 스테이크와 달걀 요리라는 글과 함께 직접 한식을 만드는 영상을 올렸다. 영상 속에서 펠트로는 고추장이 들어간 양념 소스를 만든 뒤 직접 맛을 보고 감탄했다. 이어 소고기를 양념에 재운 후 구워 볶음밥을 만들었으며 접시에는 스테이크와 채소 달걀 프라이 아보카도를 함께 올렸다. 특히 그는 손으로 김치를 집어 아보카도 위에 올리며 요리를 마무리했다.
국가마다 활용 방식은 다르지만 K소스는 다양한 레시피로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샤오홍수에는 K소스와 관련된 게시글이 약 2만건이 넘는다. 현지에서는 마라샹궈나 고기볶음 요리에 한국산 불닭볶음면 소스를 넣거나 각종 면 요리에 고추장소스를 섞어 비벼 먹는 경우가 많다.
해외에 거주 중인 한국인들도 K소스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김도환 씨(29·남)는 "멕시코 사람들도 한국 사람들만큼 매운 음식을 잘 먹다보니 불닭볶음면 소스를 타코나 피카디요와 같은 음식에 넣는다"며 "곧 다시 멕시코로 돌아가는데 같이 일하는 직원들 선물용으로 몇 개 사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국식 소스를 활용한 이색 레시피가 화제가 되는 현상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일부는 한국의 맛을 그대로 즐기고 일부는 현지 입맛에 맞게 변형해 먹고 있다.
미국에서 온 알렉스(Alex·53)는 "몇 년 전에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참기름을 먹어본 이후 몇 번 한인마트에서 사봤다"며 "가끔 샐러드에 뿌려먹기도 하고, 한국 식당에서 먹어본 것처럼 고기를 찍어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쌈장이나 고추장을 마요네즈에 섞어서 샐러리와 같은 야채에 찍어먹는데 맥주와 함께 먹으면 맛있다"며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참기름을 뿌려먹는 조합도 맛있다"고 덧붙였다.
영국에서 온 베티(Betty·19)는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K소스는 김치 마요네즈인 것 같은데 한국에서는 안 먹는 음식인 것 같다"며 "주로 생선이나 튀김 음식에 소스로 곁들여 먹는다"고 말했다.
홍콩에서 온 유진(Eugene·28)은 "불닭볶음면 소스가 홍콩에서 가장 유명하고 볶음면이나 볶음밥을 해먹을 때 한 숟가락 넣어 먹는다"며 "조금 맵기는 하지만 맛있어서 자주 먹는 만큼 홍콩으로 돌아갈 때 몇 통 사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일본인 카논(かのん·28)은 "타코야끼나 오코노미야키, 야끼소바에 불닭소스를 뿌려먹고 카레에도 넣어 먹는 사람들이 있다"며 "일본 소스 중에서는 불닭볶음면 소스만큼 매운 소스가 없다 보니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K소스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인기에 힘입어 국내 소스 수출액도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스류 수출액은 3억9976만달러(약 5520억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2016년 1억8961만달러(약 2713억원) 수준이었던 소스류 수출 규모가 8년 만에 두 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2억1189만달러(약 3032억원)를 기록하면서 올해 4억달러(약 5725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국내 기업들도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불닭 소스'를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지난해 해외 매출은 1조3359억원으로 전년 대비 65% 증가했다. 이 중 불닭 브랜드 수출이 1조1500억원으로 매출의 77.3%에 달한다. 샘표식품은 고추장 기반 소스류를 중심으로 해외 수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샘표의 소스류 수출액 중 미국 비중은 23%로, 유기농 고추장과 '연두' 브랜드 제품이 현지에서 인기를 끌면서 2024년 해외 매출이 63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K소스의 인기를 단순한 한류 열풍으로 보기보다는 맛과 품질에서 해외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K소스의 품질에 대한 만족도가 없다면 이러한 트렌드도 생기기 어렵다"며 "해외 소비자들 사이에서 K소스가 인기를 얻는 것은 맛뿐만 아니라 품질 면에서도 높은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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