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화려하고 장엄한 신라의 황금빛…절대 권력 상징한 화려한 꾸밈새
해방 이후 우리 손으로 발굴 조사…청와대서 대통령 '면담'도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금관 들어내는 날, 갑자기 먹구름이 끼더니 천둥·번개가 치면서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죠."(김동현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
1973년 7월 27일 경북 경주시 황남동 155호 무덤.
발굴 조사가 한창인 현장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틀 전 오후 늦게 금관 일부를 발견한 탓이었다. 나뭇가지와 사슴뿔 모양의 장식, 명백한 신라 금관이었다.
그런데 금관을 들어 올리는 순간 날씨가 급변했다.
하늘이 어두워졌고 거센 빗방울이 쏟아졌다. 당시 조사에 참여했던 김동현 전 소장은 "들어 올리다 말고 도망칠 정도"였다고 훗날 회고했다.
1천500년 깊은 잠에서 깨어난 금관은 신라의 황금 문화 그 자체였다.
한국을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 '천마총 금관' 모형은 현재까지 발견된 신라 금관 가운데 가장 크고 화려한 금빛 유물이다.
천마총 금관은 6세기 초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높이는 32.5㎝로, 머리띠에는 나뭇가지 모양의 세움 장식 3개와 사슴뿔 모양의 세움 장식 2개가 세워진 형태다. 그 무게가 1천262.6g 즉, 1.3㎏에 달한다.
금관의 나뭇가지 모양 장식은 하늘과 땅을 잇는 신성한 나무를 형상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관을 쓴 왕이 신성하고도 절대 권력을 가진 자임을 표현하는 상징이다.
화려한 꾸밈새도 눈에 띈다. 옥을 반달 모양으로 다듬어 끈에 꿰어서 장식으로 쓰던 구슬인 굽은옥(곡옥)만 하더라도 총 58개 매달려 있다.
얇은 쇠붙이 장식을 매달아 반짝거리도록 한 달개의 경우, 다른 금관보다 많다.
삼국시대 금속공예 전문가인 이한상 대전대 역사문화학 전공 교수는 '천마총 금관'에서 금관을 "신라를 담은 타임캡슐"로 소개하며 "천마총 금관은 신라 황금 문화를 대표하는 유물"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천마총 금관은 해방 이후 우리 손으로 발굴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1973년 4월 6일 첫 삽을 뜬 천마총은 인근의 황남대총을 조사하기 전 '연습용'으로 발굴했으나, 금관과 금 허리띠 등 1만1천526점의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자작나무 껍질 위로 하늘을 날아가는 듯한 신비로운 모습이 그려진 '천마도'(정식 명칭은 국보 '경주 천마총 장니 천마도')가 함께 출토돼 주목받기도 했다.
천 년 신라를 품은 이 금관은 과거 청와대에서도 주목했다.
2024년 천마총 발굴 50주년을 맞아 열린 좌담회를 정리한 '천마총 그날의 이야기'에 따르면 천마총 금관은 발굴 직후 서울로 옮겨져 청와대에서 공개됐다.
구술집은 "(당시) 새벽 6∼7시경에 (박정희) 대통령께서 나오셔서 유물들을 보시더니 '장관들 소집해' 그러니까 관계 장관·수석들이 15분 안에 다 와서 같이 봤다고 하는 기록이 있다"고 전한다.
'진짜' 천마총 금관은 다음 달부터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맞아 열리는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은 천마총 금관을 비롯해 현존하는 신라 금관 6점을 한 자리에 모았다.
1921년 경주 노서동의 한 무덤에서 금관이 처음 발견된 이후 104년 만이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최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그동안 개별적으로 선보여 온 금관과 금 허리띠 각 6점을 한 자리에 모은 사상 최초의 전시"라고 말했다.
관람은 11월 2일부터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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