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아찌는 계절과 재료의 지혜…발효로 깊은 맛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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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한국 채소 발효를 중심으로 한 2025 한식 컨퍼런스 워크숍이 지난 10월 27~28일 개최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국내외 셰프와 연구자, F&B 전문가들이 참여해 한국 발효 문화의 역사와 가치를 살펴보고, 현대적 확장 가능성을 논의했다.
첫날 한국의 집에서는 세계김치연구소 박채린 책임연구원과 조희숙 셰프가 한국 채소 발효의 역사적 의미와 김치 문화의 가치를 소개했다. 참가자들은 동치미와 간장 김치 시연을 통해 발효 음식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했다. 이어 벽제갈비에서는 윤원석 셰프가 한우 부위별 조리와 채소 발효의 조화를 선보이며, 채소와 육류가 어우러질 때 한식만의 깊이와 균형이 완성되는 과정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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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경동시장과 온지음에서는 참가자들이 장아찌의 역사와 유래, 발효 과정과 종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시식하는 시간을 가졌다.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온지음의 조은희 셰프와 박성배 셰프는 장아찌가 단순한 저장 음식이 아니라, 계절과 재료, 숙성과 발효를 통해 깊은 맛을 만들어내는 문화적 지혜임을 강조했다.
한식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발효음식은 부족한 자원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그 속에서 새로운 맛과 문화를 창조해냈다. 과일은 귀했고 곡물은 식량으로 우선 소비해야 했기 때문에 식초는 약용이나 조미료로 제한적으로 쓰였다. 대신 비교적 풍부한 콩을 발효시켜 간장과 된장을 만들고, 여기에 채소를 담가 장아찌를 만들어냈다. 고온다습한 여름과 자원이 풍족하지 않았던 환경에서, 소금과 장을 이용한 발효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저장 방법이었다. 옹기에 담아 절여두기만 해도 장기 저장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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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발효 문화의 가장 큰 특징은 사계절 순환에 있다. 단순히 겨울을 대비한 저장식품에 그치지 않고, 메주, 장, 고추장, 젓갈, 김치, 장아찌, 식초까지 계절마다 이어지는 발효 과정은 한국인의 일상과 식생활을 구성하는 중요한 축이 됐다. 박성배 셰프는 이러한 전통적 발효 방식을 설명하며, 숙성된 장아찌가 새우전 등 해산물 요리와도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소개했다.
현장에서는 참가자와 해외 셰프들이 나물, 해산물 등 다양한 장아찌를 시식하며 발효와 숙성 과정에서 나타나는 맛의 차이를 체감했다. 시연이 끝난 후에는 온지음에서 준비한 다양한 한식 요리와 음식에 어울리는 전통주를 시음하며 한식의 다양한 음식과 맛을 직접 맛보며 느낄 수 있었다.
같은 날 저녁,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권숙수’의 권우중 셰프는 발효의 포용성을 주제로 시그니처 코스 김치카트를 선보였다. 계절과 지역별 김치의 특징을 소개하며 전통 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코스로, 한식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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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숍에는 해외 전문가들도 참여해 김치 발효의 화학적 작용과 재료, 한국에서의 선호도 등 세부 사항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페란 아드리아 셰프는 발효 온도와 음식 제공 온도까지 세심하게 살피며 발효가 음식 맛과 질감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고, 토니 마사네스 이사 역시 한국 채소 발효가 철학과 문화가 담긴 경험임을 높이 평가하며 한식의 국제적 확장 가능성을 주목했다.
이규민 한식진흥원 이사장은 “이번 워크숍을 통해 한국 발효문화의 철학과 가치가 세계 식문화 속에서 새롭게 조명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밝히며, “한식진흥원은 앞으로도 발효를 중심으로 한 한식의 지속 가능한 가치와 국제 교류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오는 10월 29일 서울 성북구 삼청각에서는 이번 행사의 마지막 프로그램인 한식 컨퍼런스가 열린다. ‘한식의 미래(Adventurous Table, HANSIK)’를 주제로, ‘한국의 채소 발효와 미래세대를 위한 미식 교육’을 핵심 의제로 다루며, 국내외 한식 전문가들이 한식의 가치와 미래를 논의할 계획이다.
- 김경희 기자 lululal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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