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간 금속공예 외길…오랜 경험 바탕으로 20일 만에 완성
유물 복제 전문가로 첫손…아들까지 3대째 가업 이어
(경주=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제가 만든 금관 모형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로 전달했다고 하니 개인적으로 큰 영광입니다."
경북 경주의 하동민속공예촌에서 삼성방을 운영하며 금속공예 장인으로 활동하는 김진배(63)씨는 2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김씨가 만든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작품이다.
김씨는 정부 의뢰를 받은 뒤 20일에 걸쳐 금관을 제작했다.
국내 최고 수준의 금속 유물 복제 전문가로 알려진 그는 40여년간 금관을 다수 제작한 경험이 있다.
평소 집에 옥 장식물인 곡옥 등은 어느 정도 마련돼 있었다.
그런 경험과 5년째 뒤를 잇고 있는 아들 김준연(34)씨의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비교적 짧은 기간에 제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금관이 만들기 쉬운 것은 아니다.
천마총 금관은 현존 신라금관 가운데 가장 크고 화려한 형태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른 금관의 경우 출(出)자 모양 장식이 3개지만 천마총 금관은 4개로 더 많다.
실측하고 금관 그림을 그리고 본을 뜬 뒤 문양을 넣고 장식을 붙여야 하는 작업은 전부 손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다.
애초 그의 아버지인 고 김인태씨가 '금속공예명장'으로 지정돼 금속공예 분야에서는 일가를 이뤘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 곁에서 금속공예를 어깨너머로 보고 자란 그는 대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해 현재까지 유물 복제 한길을 걷고 있다.
이번에 경주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행사를 앞두고 보문관광단지 호반에 설치한 6개의 신라금관 모형도 그가 제작한 작품이다.
6개의 금관 모형을 만드는 데 수개월이 걸렸다.
그로서는 올해에만 2점의 천마총 금관 모형을 만든 셈이다.
그는 신라 금관뿐만 아니라 금동반가사유상, 금귀걸이, 무령왕관식, 고구려신발, 백제금동대향로 등 다양한 금속제 유물을 복제해왔다.
그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만들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섬세한 작업을 하다가 보니 힘에 부친 일도 많았다.
그래도 아들이 그의 뒤를 잇고 있어 다소 위안이 되고 있다.
남은 목표를 묻자 그는 "특별한 것은 없고 계속 그냥 이 일을 하는 것이 계획이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손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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