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무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대한공간정보학회 부회장)는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5 대한공간정보학회 산학협력 포럼’에서 이같이 말하며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이 초래할 후폭풍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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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5000 축적 고정밀지도 반출 요청과 관련해 구글에 대해서는 오는 11월 11일까지, 애플에 대해서는 12월 8일까지 결정을 내려야한다. 두 건을 병합 심의해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공간정보 분야에서 바라보는 고정밀 지도반출 이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포럼에선 한미 관세협상에서 고정밀지도 반출여부가 희생양이 되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 교수는 “구글의 첨단 산업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수년간의 연구와 단계적인 법·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며 “당장 반출 허용 대신 4~5년 유예 등 조건이 붙거나 개방 전에 국내 공간정보 산업이 자생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을 두고 국가 안보와 데이터 주권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핵심은 여전히 안보에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원대 한국측량학회 회장은 “구글은 다른 나라에서는 1:2만5000 축적으로도 충분히 서비스하고 있는데, 한국만 1:5000 축적의 고정밀지도를 안 주기 때문에 서비스를 못하겠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고정밀 지도 반출 논의의 핵심은 여전히 안보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5000 축적의 지도는 전 세계 몇 나라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정말 고정밀 데이터로, 이 데이터가 있으면 공격 목표나 전략적인 작전도 세울 수 있다”며 “현재도 한국은 북한과 미사일이 아닌 보병용 무기로도 공격이 가능한 15㎞ 정도의 거리에 있는 접적 국가라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보 문제와 관련해 임시영 대한공간정보학회 총무이사(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간정보분야에서 바라보는 고정밀 지도반출 이슈’를 주제로한 발표에서 구글 맵과 국토교통부가 공간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 브이월드(V-World)를 비교하며 보안 문제를 시각적으로 제기했다. 그는 “국내 브이월드에선 군사 시설 등 중요 시설을 가리고 모델링을 제공하고 있다”며 “구글 맵에서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시청은 블러 처리가 되어 있고 , 우리나라의 중요 시설(용산 지역)은 블러 처리 없이 여전히 다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정밀지도 반출 이후의 관리 문제도 제기됐다. 김 회장은 “최근 국정감사 때 논란이 된 것처럼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표기하는 등의 오용이 발생하면 책임은 우리 공무원이 져야 하는 문제”라며 “서버까지 외국에 두고 있는 구글은 우리나라의 안보를 책임져 주지 못할 것”이라고 짚었다.
또 공간정보업계에선 안보뿐만 아니라 산업계 측면을 고려해 정부가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간정보업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엔 반대 의견이 60.4%였던 것에 비해, 최근 조사에서는 90%에 달하는 등 고정밀 지도 반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석종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회장은 “구글은 이미 반출된 1:2만5000 축적 지도로 국내에서 수조 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작년 법인세는 172억원에 불과했다”며 “글로벌 플랫폼 기업인 구글이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의 생산 및 구축 성과를 활용만 하면 국내 산업은 되돌릴 수 없는 청구서를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글의 고정밀지도 반출 요청은 2007년, 2016년에 이어 올해 세번째다. 임 이사는 구글의 지도 반출 요청이 9년 마다 이뤄졌는데 의도가 있다고 규정하면서 “구글이 과거 2차 요구(2016년) 때 블러링 비용을 감당하지 않았던 구글이 3차 요구(현재)에서는 블러링을 수용하겠다고 하는 것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더 큰 이득이 1:5000 지도 데이터에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추정했다.
아울러 반출 여부를 놓고 찬반 진영의 주장이 프레임 대결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이사는 “고정밀지도 반출에 반대하는 측은 ‘AI 시대 역행하는 쇄국주의자’, 찬성하는 측은 ‘국가 자산을 팔아먹는 매국노’와 같은 극단적인 프레임 대결로 흐르고 있다”며 “국가안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해 비교하는 것도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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