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정부가 수백억 원의 예산을 들여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활성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하기관들은 대부분 IaaS(인프라형 클라우드) 중심 시스템만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책의 핵심 목표인 ‘서비스 전환’은 사실상 멈춰선 셈이다.
2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은 국정감사에서 "과기정통부가 SaaS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본부와 주요 ICT 기관의 SaaS 직접 도입 실적은 ‘0건’"이라며 "공공이 마중물 역할을 포기하면 민간 SaaS 생태계는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2022년 ‘SaaS 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표하고, 지난해에는 ‘SW진흥 기본계획’을 통해 SaaS 전환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웠다.
관련 예산만 매년 200억~240억 원 규모다. 그러나 정책 실행 주체인 과기정통부 본부는 행정업무시스템 대부분을 국가정보자원관리원(IaaS)에 위탁 운영하며, 민간 클라우드는 단 한 건도 활용하지 않고 있다. ‘SaaS 확산’을 주도해야 할 부처가 스스로 인프라 중심 구조에 머무르는 셈이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KDATA),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등 주요 산하기관 역시 AI허브, 데이터안심구역, 전파관리시스템 등 핵심 시스템을 모두 IaaS 기반으로 운영 중이다. 일부 기관이 전자결재나 협업도구 등 비핵심 영역에만 SaaS를 시험 도입했을 뿐이다.
최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2022년부터 현재까지 4개 주요 기관의 클라우드 관련 집행 예산 중 IaaS는 274억6천만 원, SaaS 직접구매는 25억7천만 원으로 SaaS 비중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 용역성 사업(411억9천만 원)을 포함하면 실제 SaaS 직접구매는 ‘제로’에 가깝다. 최 의원은 "SaaS 활성화 예산이 인프라 증설과 용역비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정책이 자가당착 구조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내 SaaS 기업들은 공공시장 진입과 레퍼런스 확보가 절실하지만, 정부가 스스로 문을 닫고 있다"며 "NIA가 수원시 예산회계시스템을 SaaS로 전환해 129억 원 절감과 업무 효율 50% 향상이라는 성과를 냈지만, 정작 주무 부처 내부에는 이 같은 성공 사례가 적용되지 않았다. 공공이 직접 이용하지 않는 SaaS 활성화 정책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공공기관이 SaaS 도입을 꺼리는 이유로는 IaaS 중심의 보안 인증 제도(CSAP), 경직된 조달 절차, 감사 부담 등이 꼽힌다.
최 의원은 "보안·조달·감사 부담으로 인해 ‘직접 구축이 안전하다’는 낡은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며 "이런 구조에서는 아무리 예산을 투입해도 혁신이 자리 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SaaS는 결국 인프라 위에서 돌아가는 서비스다. 기반 인프라의 자립 없이는 진정한 디지털 주권도, 클라우드 경쟁력도 없다"며 "정부가 진정한 SaaS 전환을 추진하려면 공공기관의 클라우드 조달 시 SaaS·국산 인프라 이용을 의무화하고, 주요 시스템의 SaaS 전환 로드맵을 수립하며, GPU 등 인프라 자립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정책의 신뢰는 실천에서 나온다. 말로는 혁신을 외치지만 행동은 역주행하고 있다"며 "과기부가 디지털 전환의 모범을 보여야 하며, 인프라가 튼튼해야 SaaS도 AI도 제대로 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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