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시효 완성 후에는 시효이익의 포기가 인정된다. 시효이익의 포기는 상대방에 대한 일방적 의사표시로 한다. 그 법적 성질에 관해서는 일단 발생한 권리 부인권 내지 시효원용권의 포기라고 보는 학설과 소멸시효의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로서 이 의사표시에 의해 시효의 이익이 생기지 않는 것이라는 학설 등이 대립한다. 아무튼 시효이익의 포기는 시효 완성으로 인해 얻은 권리소멸의 이익을 상실시키고 소멸했던 채무를 다시 유효하게 존속시키는 법률적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기존의 법률관계를 변경시키는 행위이므로 처분행위의 성질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권리의 포기가 항상 절대적 효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고 권리의 종류, 포기의 성격 및 법률관계에 따라 그 효력은 상대적일 수도 있고 절대적일 수도 있다. 시효이익의 포기는 상대적 효력만을 가진다. 여기에서의 상대적 효력이란 포기한 당사자와 그 상대방 사이에서만 효력을 발생하며, 다른 이해관계인에게는 원칙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따라서 수인의 채무자 중 주된 채무자 또는 연대채무자의 1인이 한 시효이익 포기의 효과는 보증인, 연대보증인, 다른 연대채무자에게는 미치지 않는다. 다만 물상보증인이 있는 피담보채권의 채무자가 한 시효이익 포기는 담보권의 부종성 때문에 물상보증인(저당권설정자)에게도 그 효력이 미친다고 보는 것이 다수설이다.
이와 관련해 사해행위취소소송의 상대방이 된 사해행위의 수익자의 경우 사해행위가 취소되면 사해행위에 의해 얻은 이익을 상실하게 되지만 채권자의 채권이 소멸되면 그 이익 상실을 면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 그 채권의 소멸에 의해 직접 이익을 받는 자에 해당하므로, 채무자의 시효이익 포기의 경우 위와 같은 상대적 효력에 대한 예외가 인정되는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해 최근 대법원(2025년 9월25일 선고 2024다254387 판결)은 사해행위의 수익자는 사해행위취소권을 행사하는 채권자의 채권의 소멸에 의해 직접 이익을 받는 자에 해당되지만, 시효이익의 포기는 상대적 효과가 있을 뿐이므로 채무자가 피보전채권에 대해 시효기간이 지난 후 변제하는 등으로 시효이익을 포기했더라도, 그 효력이 사해행위의 수익자에게 미치지 않고 수익자는 여전히 피보전채권의 소멸시효를 주장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위 사건의 원심은 반대 취지로 판단한 바, 자칫 시효이익 포기의 상대적 효력에 대한 예외로 잘못 판단할 수 있는 경우이므로 주의를 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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