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장막 뒤의 공산주의 자동차 산업은 서방과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국가가 모든 걸 통제하는 사회에서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이념의 상징이었다. 이와 관련해 외신 ‘가제트리뷰(GadgetReview)’는 혁신과 비효율, 이상과 현실이 뒤섞인 결과물들. 그중에서도 유난히 특이했던 8대를 소개했다.
8. GAZ-M20 포베다 – 전후 재건의 상징
1946년 등장한 포베다는 소련 최초의 독자형 승용차였다. 유니바디 차체와 ‘폰톤’ 스타일 등 당대엔 혁신적이었다. 그러나 비싼 가격 탓에 일반인은 꿈도 꾸지 못했다. 결국 ‘국민의 승리’는 엘리트의 전리품이었다.
7. ZIL-114 & ZIL-4104 – 특권층의 리무진
ZIL 리무진은 평등을 외친 체제의 모순이었다. 방탄유리, 장갑철판, 냉난방까지 완비된 초호화 리무진이다. 하지만 판매는 불가, 오직 당 간부에게만 ‘배정’됐다. 연간 100대 미만 생산됐고, 서열이 곧 키였다.
6. 트라반트 P601 – 면섬유 복합체의 기적
동독의 대표차 트라반트는 면섬유 수지 차체로 유명했다. 가볍지만 약했고, 주유 시 연료와 오일을 직접 섞어야 했다. 긴 대기 끝에 받은 차는 고장투성이였지만, 결국 동독의 생존력과 부조리의 상징이 됐다.
5. 볼가 GAZ-24 – 체제의 얼굴
관공용, 경찰차, 택시가 모두 같은 모델이었다. 무겁고 투박했지만, 볼가는 성공의 상징으로 통했다. 누군가의 꿈이자, 누군가의 실망이 된 차였다.
4. ZAZ-965 –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국민차
‘국민차’를 표방했지만, 품질은 형편없었다. 난방도 제대로 안 돼, 운전자들은 직접 히터를 달았다. 10년을 기다려 받은 차는 결국 국민의 인내만 시험했다.
3. 모스크비치 408/412 – 실패한 복사본
서방 기술을 따라잡으려 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부품 공급 불안, 고장 연발 등으로 소유자는 결국 정비공이 돼야 했다.
2. GAZ-A-Aero – 시대를 앞선 공기역학 실험
1934년 제작된 GAZ-A-Aero는 공상과학 같은 유선형 실험차였다. 양산엔 실패했지만, 미래를 예견한 시도였다.
1. 벨로렉스 – 스스로를 자동차라 부른 오토바이
오토바이 프레임에 비닐 천을 씌운 3륜차. 후진 기어도 없어 주차는 ‘작전’이었다. 가난이 만든 창의력의 결정체, 그것이 벨로렉스였다.
# 철의 장막이 남긴 교훈
공산주의 체제의 자동차는 기술보다 정치가 앞섰다. 비효율 속에서도 야심과 창의성이 교차한 실험들이었고, 오늘날엔 그 자체로 관료적 상상력의 유산으로 남아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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