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재형 기자] C커머스의 진출 범위가 과거 초저가 기조로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신선식품과 고가 가전 등 프리미엄 시장으로 확대면서 국내 이커머스 채널을 압박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만이 강점으로 지목되던 해외 플랫폼이 품질과 신뢰 확보를 위해 자본을 투입하면서 K커머스의 핵심 카테고리 주도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가 신선식품 채널 ‘알리프레시(AliFresh)’를 출범하고 테무 역시 ‘로컬 투 로컬(L2L)’ 서비스를 통해 국내 판매자가 신선식품을 판매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C커머스 내에서 판매되는 가전 제품들도 저가 이미지에서 벗어나 기술력을 강화한 브랜드 제품을 할인하는 등 프리미엄 시장까지 흡수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C커머스의 시장 확장은 단순 품목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그간 약점으로 지목돼 온 신뢰성 문제를 개선하려는 행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가품과 불량 상품 제재, 후기 검증 등 기존 취약점 보완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K커머스가 방어해 온 프리미엄 시장의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동안 국내 플랫폼은 신선식품과 고가 가전, 뷰티·헬스 등 품질 신뢰가 중시되는 분야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구축해왔다.
하지만 해외 플랫폼이 동일 영역에서 가격 경쟁력 강화에 더해 품질 보증과 사후 관리 체계를 손보면서 국내 시장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K커머스가 유지해 온 프리미엄 시장의 우위가 점차 약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며 가격·품질·신뢰 세 축이 동시에 작동하는 다층 경쟁 구조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국내 플랫폼이 확보한 브랜드 충성도와 배송 인프라가 일정 부분 방어 역할을 하고 있지만, 소비자 접근성이 높아진 C커머스가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면 중장기적으로는 프리미엄 상품 중심의 매출 비중과 소비자 충성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C커머스의 신뢰도 재고 움직임은 시장 구조 전환을 노린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신선식품처럼 품질 검증이 까다로운 영역에서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면 공산품과 생활가전 등 관리 부담이 낮은 제품군의 약점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C커머스의 신뢰 확보는 가격 경쟁 이후 남은 마지막 약점을 메우는 단계로 향후 브랜드 이미지 개선과 국내 시장 영향력으로도 직결될 수 있다.
이를 통해 C커머스가 단기 점유율 경쟁을 넘어 국내 소비 생태계 전반에 영향력을 넓히려는 과정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은 이번 변화가 단기적으로 미칠 영향은 적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장기적인 구조 변화는 경계하고 있는 분위기다. 국내 플랫폼이 여전히 물류망과 소비층 신뢰 측면에서는 해외 플랫폼보다 앞서고 있지만, C커머스가 막대한 자본력을 통해 물류 거점 구축과 셀러 지원, 마케팅 등에 투자를 지속할 경우 시장 내 영향력은 빠르게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대규모 자본 투입으로 가격 경쟁과 품질 보증이 동시에 강화되면 국내 유통 기업의 수익 구조와 거래 질서에 변동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도 따른다.
일부 전문가들은 C커머스의 공세가 본격화된 현 시점을 K커머스의 경쟁 방식이 전환돼야 할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배송과 물류 효율, 소비자 경험 등 기존 경쟁 요소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의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격 중심 경쟁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 축을 찾아야 한다”며 “브랜드 신뢰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모델 혁신과 이용자 관계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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