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기른 인재, 미국이 쓴다"···‘AI 인재 유출’ 정부는 실태조차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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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기른 인재, 미국이 쓴다"···‘AI 인재 유출’ 정부는 실태조차 몰라

한스경제 2025-10-29 13:59:5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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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한국이 키운 과학기술 인재가 미국·독일·중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미국은 천재 비자를 2배 늘려 한국 인재를 쓸어 담고, 독일은 블루카드로 해마다 500명씩 데려간다. 정부는 이 '두뇌 유출'의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AI 강국 3위를 외치면서 누가 나가고 들어오는지조차 모른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나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경남 창원 마산합포구)은 최근 주미국대사관과 해외 공관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미국의 H-1B 비자(전문직 취업 비자) 발급은 2020~2021년 연간 1000명대에서 2022년 이후 2000명대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천재 비자로 불리는 O-1 비자는 같은 기간 200명대에서 500명대로 급증했다.

독일도 비슷하다. 학사 이상 고소득자에게 주는 EU 블루카드 발급은 2019년부터 현재까지 연간 500명대를 꾸준히 유지하며 한국의 고급 기술 인력을 지속적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제조·건설·경영·사회·문화 등 산업 전반에서 한국 인재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은 K-사증과 R-사증으로 고급 과학기술 인재 유치를 제도화했지만 발급 통계는 아예 공개하지 않았다. 최 의원은 "해외는 정교한 비자와 데이터로 인재를 선점하는데, 우리는 누가 나가고 들어오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통계 공백 속에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교육·연구 현장에서는 '우리가 길러 해외가 쓰는' 악순환의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7년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취업 흐름을 보면 석·박사 모두 국내 취업이 다수지만, 박사 과정에서 해외 취업 비율 증가가 뚜렷하다. 국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양성한 최고급 연구 인력이 글로벌 시장으로 빠져나가는 두뇌 유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7년간 KAIST 석사 졸업생 취업 현황. 국내 취업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해외 취업도 2019년 17명에서 2024년 33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최형두 의원
최근 7년간 KAIST 석사 졸업생 취업 현황. 국내 취업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해외 취업도 2019년 17명에서 2024년 33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최형두 의원
최근 7년간 KAIST 박사 졸업생 취업 현황. 해외 취업이 2019년 62명에서 2023년 102명으로 급증했다. 국가가 양성한 최고급 연구 인력이 글로벌 시장으로 빠져나가는 '두뇌 유출'이 심화하고 있다. /최형두 의원
최근 7년간 KAIST 박사 졸업생 취업 현황. 해외 취업이 2019년 62명에서 2023년 102명으로 급증했다. 국가가 양성한 최고급 연구 인력이 글로벌 시장으로 빠져나가는 '두뇌 유출'이 심화하고 있다. /최형두 의원

실제로 지난 7월에는 미국에 취업한 한국 과학 인재가 14만명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대덕특구 3개를 채울 수 있는 규모다. 특히 박사급 이공계 고급 두뇌 유출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 해 1000명 안팎으로 배출되는 미국 박사 학위 취득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2018년 조사에서는 78.8%가 미국 내 취업을 희망했다.

문제는 정부가 이런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8월 '과학기술 인재 유출 방지 및 유치 TF(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켰지만, 정작 해외에 체류하는 과학기술 인재의 정확한 현황 데이터는 갖고 있지 않은 상태다. 인력 현황 같은 기초 데이터가 없으면 정확한 대책도 나올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 과학기술 인재의 데이터를 관리해야 하는 법무부는 외국인 '과학기술 분야' 비자 발급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지 않아 국내에 유입된 인재들의 현황을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탑티어(Top-Tier) 거주 비자는 더 초라하다. 올해 4월 도입된 이 제도는 세계 100위권 대학 석·박사 출신에 세계 500대 기업 8년 이상 경력자 등 글로벌 최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 발급 건수는 10월 중순까지 단 3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월부터 과학기술 분야로 확대 예정이지만, 기초 데이터와 성과 관리 체계는 여전히 부재하다. 기초적인 데이터 없이 '인재 유치'를 외치는 시늉만으로는 경쟁국의 정교한 제도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최형두 의원은 "과학기술 경쟁력의 핵심은 사람"이라며 "중장기 미래 동력이 될 수 있는 인재들이 국내를 떠나는 요인을 명확히 분석하고,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인프라 구성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 G3 도약을 위해 가장 중요한 문제로 거론되고 있는 '인재 전쟁'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길러낸 인재가 한국에서 커리어의 최종 목적지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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