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 국립심포니와 협연으로 첫 내한…하이든 트럼펫 협주곡 연주
"트럼펫 연주, 자기 확신 있어야 가능…다양한 장르 연주가 매력"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속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는 생존자들은 기상곡을 듣고 잠에서 깨어난다. 바로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3악장이다.
'오징어 게임'뿐만 아니라 과거 국내 장학 퀴즈 프로그램 등에서 사용돼 익숙한 이 곡을 영국 출신의 신성 트럼펫 연주자 마틸다 로이드(30)가 국내 관객들에게 들려준다.
로이드는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오징어 게임'으로 친숙한 이 곡을 한국에서 연주하게 돼 즐겁다"고 말했다.
로이드는 다음 달 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을 협연한다. 그의 내한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휘자는 로렌스 르네스다.
이 작품은 대표적인 트럼펫 협주곡으로 트럼펫 연주자라면 숙명과 같은 곡이다.
로이드는 "제가 나고 자란 영국에서는 오케스트라에 들어가기 위한 오디션은 물론 온갖 경연대회에서 중심이 되는 곡"이라며 "저도 15∼16살쯤부터 배우기 시작한 곡으로 솔리스트가 된 다음에도 의뢰가 많이 들어온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곡은 안톤 바이딩거의 유건 트럼펫 발명을 기려 하이든이 작곡했다. 유건 트럼펫은 반음계 연주가 가능하도록 개량돼 팡파르 위주였던 이전 트럼펫의 음역을 넓힌 악기다. 하이든은 새로운 음역을 활용해 협주곡을 만들었다.
로이드는 "트럼펫이 처음엔 이전에 들려준 팡파르처럼 시작해 관중들이 '어떻게 진행될지 알겠다'고 생각하게 한 다음, 주제부에서 이전에 들려준 적 없는 음을 선보인다"며 "하이든의 유머가 트럼펫 협주곡에서 드러난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연주를 많이 해 지루하지 않겠느냐고 할 수 있지만, 다양한 색채와 특성이 있는 곡"이라며 "연주할 때마다 새로운 것을 찾곤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아노나 바이올린 협주곡보다 짧은 16분 길이의 협주곡이지만, 관객들이 같이 여정에 동참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로이드는 2014년 열린 BBC '올해의 젊은 음악가' 대회의 금관 부문에서 우승하며 주목받았다. 그는 어머니가 피아니스트인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8살 때 우연히 먼지 쌓인 아버지의 트럼펫을 발견한 것을 계기로 트럼페터의 길을 걸었다. 13살에 영국 국립 어린이 오케스트라에 들어가 홍콩, 마카오 등지에서 순회공연을 했다.
그는 "다양한 음악을 할 수 있어 트럼펫을 사랑한다"며 "재즈, 영화 음악도 할 수 있고 오케스트라나 살사 밴드에서도 연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이드는 트럼펫이 자기 확신이 있어야 연주할 수 있는 악기라는 점도 짚었다. 현악 등 다른 악기에서 실수가 나올 때 클래식 문외한이 알아차리긴 어렵지만, 트럼펫은 조그마한 실수도 모든 사람이 다 알게 된다는 점에서다.
로이드는 "계속해나갈 자신감이나 자기 확신이 없으면 더 많은 실수를 하게 된다"며 "연주에 100% 전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범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트럼펫 연주자들이 통상 사교적인 편이라고도 했다. 서로 먼저 다가가서 통성명하고 같이 밥도 먹는 등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로이드는 첫 내한 공연을 앞두고 한국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오늘 궁에도 가볼 예정이에요. 고기를 구워 먹는 걸 특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웃음)"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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