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7조원의 국민 혈세를 쏟아부은 정부의 매입임대주택 정책이 수도권 집값을 자극한다며 이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정부가 집값을 잡을 의지가 있다면 매입임대사업부터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실련이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작년까지 4년간 서울·경기 지역에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 SH(서울주택도시공사), GH(경기주택도시공사) 등 3개 공기업이 매입임대주택을 사들이는 데 사용한 금액은 총 16조7000억원에 이른다. IH(인천도시공사)는 제외된 수치여서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서울에만 총 9조8000억원이 투입됐다. LH가 4조5000억원, SH가 5조3000억원을 각각 집행했다. 경기 지역에서는 LH가 6조7000억원, GH가 3000억 원을 지출해 총 6조9000억원이 쓰였다. 경실련은 “특히 지난해(2024년)에만 4년 중 최대 규모인 5조6000억원이 서울·경기 부동산 시장에 풀려, 정부가 사실상 집값 상승을 자극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문제의 핵심은 ‘신축매입임대주택'"이라며 "이는 민간업자들이 토지를 매입해 신축한 주택을 LH·SH·GH가 사들이는 방식으로, 토지 매입비와 건축비 거품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예산 낭비가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축 매입은 기존 세입자 퇴거, 주변 시세 상승, 세금 낭비라는 3중의 부작용을 초래한다”면서 “그럼에도 정부는 9.7 부동산 대책에서 신축매입임대 14만호 공급을 발표하고, 10.15 대책에서도 이를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에서는 LH와 SH가 신축 매입에만 8조8000억원, 구축 매입에는 1조원을 사용했다. 경기 지역에서도 LH와 GH가 신축 매입에 5조3000억원, 구축 매입에는 1조7000억원을 집행했다. 경실련은 “매입임대의 80% 이상이 신축 중심으로 왜곡된 구조”라며 “사실상 민간 건설업자에게 혈세를 쏟아붓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SH와 LH가 매입한 신축 오피스텔의 가격이 공공아파트 분양원가보다 훨씬 비싸다고 밝혔다.
작년 기준 SH 고덕강일 4단지(전용 59㎡) 분양원가는 물가 반영 후 약 3억4000만원이지만, 같은 해 LH가 매입한 오피스텔은 6억6000만원, SH 매입 오피스텔은 7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경실련은 “강남권 아파트를 직접 짓는 것보다 오피스텔을 사들이는 게 2배 가까이 비싸다”며 “오피스텔 2채 살 돈이면 공공아파트 한 채를 지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실 관리 실태도 부실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SH는 지난 4년간 매입한 1만7105호 중 1841호(11%)가 공실이었다. 또 1695호는 등기조차 완료되지 않은 ‘미입주 상태’로 확인됐다. GH도 1813호 중 8%(90호)가 공실이었다.
특히 LH는 공실 및 미입주 현황을 국회의원실 요청에도 공개하지 않았다. 경실련은 “LH가 무분별하게 집을 사들였으면서도 관리 실태를 숨기고 있다”며 “실제 공실률은 훨씬 더 높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강조했다.
매입 건별 분석에서도 신축 중심의 왜곡된 구조가 드러났다. 가장 비싼 거래는 SH가 금천구 가산동 오피스텔 378호를 1913억원에 매입한 건이었다. 이어 △LH 동대문구 오피스텔 540호 1909억원, △LH 안산시 오피스텔 210호 1157억원, △LH 부천시 아파트 190호 1147억원, △SH 성동구 오피스텔 349호 1062억원 순이었다.
경실련은 “상위 10건 모두 신축매입임대였으며, 이는 혈세 낭비의 명백한 사례”라고 밝혔다.
경실련은 “정부가 집값 안정이라는 명분 아래 실상은 건설업자에게 세금을 퍼주고 있다”며 “매입임대는 공공의 역할이 아니라 시장을 자극하는 실패한 정책으로,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또한 “공공택지에는 서민과 청년이 부담 가능한 직접 건설형 주택을 공급해야 하며, 매입임대 정보를 전면 공개해 국민이 감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이재명 정부는 매입임대주택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고, 신축약정매입 방식을 전면 중단할 것, 매입임대주택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 공공택지에는 서민·청년을 위한 직접 건설형 주택을 공급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매입임대주택은 무주택 서민을 위한 제도이지만, 현재는 세금 낭비와 부동산 왜곡의 온상이 됐다”며 “국회가 국정감사를 통해 매입임대사업의 구조적 문제와 예산 낭비 실태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매입금액 산정 기준을 사전에 공론화하고, 매입가를 최소화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뉴스로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