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상담’ 이재용의 3년③] 하만 빅딜 통했다…전장 패권 확보에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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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신상담’ 이재용의 3년③] 하만 빅딜 통했다…전장 패권 확보에 사활

투데이신문 2025-10-29 11:24:4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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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10월 27일 사상 처음으로 주가 10만원을 돌파했다. 이재용 회장이 취임 3주년을 맞은 이날 축포를 터뜨리며 성공적인 ‘왕의 귀환’을 알렸다. 실적도 상승 궤도에 올라탔다. 위기설을 양산했던 반도체 불황의 긴 터널을 벗어나,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초격차’를 새긴 주춧돌 위에 ‘뉴삼성’의 기틀을 세우기까지 지난 3년은 이 회장에게 와신상담(臥薪嘗膽)과 같다. 지금부턴 재도약의 시간이다. 반도체 신화에 이은 AI 시대 주역으로 삼성을 이끌어갈 리더, 바로 이재용의 시간이 시작됐다. <편집자주>

지난 3월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 하만의 전장 및 오디오가 전시돼 있다. ⓒ투데이신문
지난 3월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 하만의 전장 및 오디오가 전시돼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삼성이 전장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다. 반도체와 모바일의 초격차를 넘어 ‘자동차 위의 삼성’을 현실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재용 회장은 전장 사업을 그룹 차원의 핵심 축으로 삼고 하만, 삼성전기, 삼성SDI를 중심으로 글로벌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하만은 최근 인도 푸네(Pune) 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하며 총 4200만달러(한화 약 600억원)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디지털 콕핏, 차량용 오디오, 텔레매틱스 제어장치(TCU) 등 첨단 전장부품 생산능력을 50%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공동 개발한 차세대 통신 장치 ‘하만 레디 커넥트(Ready Connect)’는 위성 통신 기반의 자율주행 핵심 기술로 실시간 차량 제어와 긴급구난, 무선 업데이트(OTA) 기능을 통합했다.

하만 크리스티안 소봇카(Christian Sobottka) CEO는 “푸네는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니라 커넥티드카의 미래를 만드는 허브”라며 “삼성과 함께 디지털 모빌리티 혁신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M&A 1호 하만, ‘전장 혁신’의 심장으로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미국 전장 전문기업 하만(HARMAN)을 80억달러(한화 약 9조원)에 인수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인수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한 직후 성사시킨 첫 대형 M&A이기도 하다.

삼성의 미국 전장 업체 하만 인수는 이 회장의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결과였다. 전장 사업은 단순한 자동차 사업을 넘어 반도체 산업과 직결된다. 내연기관 차량에 평균 200개의 반도체가 들어가는데 비해 전기차는 1000개, 자율주행차는 2000개 수준의 반도체를 탑재한다.

전기차가 일반 차량보다 5배 이상 많은 차량용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만큼 반도체 기업에게는 핵심 고객인 셈이다. 이 회장은 2016년 등기이사 복귀 후 직접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과 접촉하며 M&A 대상을 물색했다. 미국 본사에서 하만 경영진과 인수 계약을 마무리하는 등 M&A 전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하만에 대한 이 회장의 기대감은 컸다. 인수 첫해인 2017년 영업이익이 574억원으로 인수 전(6800억원) 대비 급감했지만, 이 회장은 “시간이 필요할 뿐, 방향은 맞다”며 흔들리지 않았다. 실제 5년 만에 실적 반등을 이뤄냈다. 2023년 영업이익 1조1737억원, 2024년 1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1조 클럽’에 안착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보면 하만의 영업이익은 4000억원으로 VD(영상디스플레이)·DA(생활가전) 사업부를 뛰어넘었다. 삼성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MLCC 원료 제조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MLCC 원료 제조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MLCC 핵심 삼성전기, 전장의 ‘보이지 않는 두뇌’

하만이 전장의 ‘몸체’를 맡고 있다면 삼성전기는 ‘두뇌’를 담당한다. 이 회장은 “전장 사업의 경쟁력은 결국 보이지 않는 부품의 정밀도에 달려 있다”고 강조하며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분야의 집중 투자를 주문했다.

전기차 한 대에는 최대 1만8000개의 MLCC가 탑재된다. 차량의 동력·제어·안전 시스템을 담당하는 핵심 부품이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사 BYD 본사를 직접 방문해 왕촨푸 회장과 회동, 협력 기반을 다지기도 했다.

이후 삼성전기는 지난 4월 BYD에 대규모 MLCC 공급을 확정했다. BYD는 지난해 테슬라를 제치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기업이다. 삼성전기는 MLCC 외에도 자율주행용 레이더, 5G 차량통신 모듈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하며 차량 전장화 흐름을 선도 중이다.

당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기가 BYD와 수천억원 규모의 거래를 체결한 것은 이 회장의 현장 리더십이 실제 성과로 이어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정의선 손잡고 ‘K-모빌리티 동맹’ 완성한 삼성SDI

전기차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인 배터리 축은 삼성SDI가 담당한다. 이 회장과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2020년 남양연구소 회동 이후 전기차·배터리·스마트팩토리 등 미래 산업 동맹을 공고히 다져왔다.

삼성SDI는 2023년 현대차의 차세대 유럽향 전기차에 7년간 P6(6세대 각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2월에는 현대차·기아와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개발 MOU를 맺으며 협력 범위를 모빌리티 전반으로 확장했다.

특히 이 회장의 현장 중심 리더십이 전장, 배터리, 반도체를 하나의 축으로 묶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은 2020년과 2022년 부산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해 전장부품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한 적극적 대응을 주문했다.

2020년 부산 사업장 방문 당시 이 회장은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선두에 서서 혁신을 이끌어가야 한다”며 “현실에 안주하거나 변화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 불확실성에 위축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자”고 당부했다.

삼성SDI가 CES 2025에서 전기차 배터리 셀투팩(Cell to Pack) 컨셉 제품을 전시했다. [사진=삼성SDI]
삼성SDI가 CES 2025에서 전기차 배터리 셀투팩(Cell to Pack) 컨셉 제품을 전시했다. [사진=삼성SDI]

반도체-전장-배터리, 삼각편대를 구축하다

삼성은 2027년 오토모티브 전용 2나노 공정 양산을 예고했다. 차량용 메모리 분야에서는 2025년 글로벌 1위를 목표로 한다.

지난 4월 개최된 ‘오토상하이 2025’에서 삼성은 LPDDR5X, GDDR7, 쉐어드 스토리지 등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을 공개했다. 하만은 커넥티드카의 플랫폼을, 삼성전기는 전장용 부품의 정밀 기술을, 삼성SDI는 배터리 생태계를 책임지며 완전한 ‘모빌리티 삼각축’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차량이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새로운 생활 공간으로 진화하는 만큼 디지털 콕핏과 카 오디오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하만의 기술 시너지로 차량용 디스플레이 경쟁력을 높이고 차량 내 사용자 경험을 혁신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 전기차 수요 둔화, 관세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이 회장은 불황일수록 더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의 리더십 아래 삼성은 적극적인 투자로 전장 사업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 당시 금융감독원 이복현 원장은 삼성SDI 유상증자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배터리 캐즘과 전기차 수요 둔화 등의 이슈가 있으나 과거 반도체와 조선 산업처럼 다운 사이클에서 버티고 살아남는 기업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경향이 있다”며 “선도 기업의 투자는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회장이 전장 분야에서 보여주는 리더십에 공감한다”며 “삼성의 전장 투자는 한국 산업의 체질을 바꾸는 결정적 시그널”이라고 평가했다.

하만이 혁신의 심장을, 삼성전기가 기술의 정밀도를, 삼성SDI가 에너지의 지속성을 담당하며 미래 사업의 한 축을 만들어가고 있다. 성과로 말하겠다는 약속은 이제 미래 산업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삼성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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