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경제포럼인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이 10월 29일 경북 경주에서 공식 개막했다. 이번 서밋은 31일까지 사흘간 진행되며,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국내외 정상급 인사 1700여 명이 집결한 역대 최대 규모 행사로 치러지고 있다.
◇이재명 “위기일수록 연대가 해답…APEC이 지붕이자 첨성대 될 것”
개막식 특별연설을 맡은 이재명 대통령은 “협력과 연대로 공동번영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눈부신 성장의 역사였다”며 “그 중심엔 바로 이 자리에 함께한 CEO들이 있다”고 환영사를 건넸다.
이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우선주의가 고개를 드는 지금, ‘포용’과 ‘상생’이 공허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위기일수록 역설적으로 연대의 플랫폼인 APEC의 역할이 더 빛을 발할 것”이라며 협력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며 “위기의 순간마다 서로 손잡고 신뢰를 증명해 온 것이야말로 APEC의 진짜 자산”이라고도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공급망 협력을 핵심으로 제시했다. “경주의 목조건축물엔 ‘수막새’라는 기와가 있다. 서로 다른 조각이 맞물려 비바람을 막는 지붕을 완성하듯, 인적·물적·제도적 연결이 APEC의 성장을 지탱하는 지붕이 될 것”이라고 비유했다.
또 “경주의 첨성대가 별의 움직임을 읽어내던 것처럼, AI는 우리의 새로운 지성의 엔진이 될 것”이라며 “이번 정상회의에서 대한민국은 인공지능 이니셔티브를 제안할 것이며, ‘모두를 위한 AI 비전’이 APEC의 뉴노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경주가 신라 천년 수도였음을 언급하며 “신라는 외세의 압박 속에서도 교류와 개방을 멈추지 않았고, 그 힘으로 한반도의 통합을 이뤘다”며 “날마다 새로워지며 사방을 아우른 신라의 정신이 바로 ‘연결·혁신·번영’의 가치와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문화적 상징으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언급하며 “아이돌과 팬들이 어둠을 물리치는 혼문(魂門)을 완성하기 위해 연대한다. 연대와 협력은 우리를 더 밝은 미래로 이끄는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지난 겨울 오색의 응원봉으로 내란의 어둠을 몰아낸 대한민국의 K-민주주의가 증명한 바”라며 “민주주의를 지켜낸 대한민국의 역사가 APEC에 영감을 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국내외 정·재계 총출동…‘하이레벨 네트워킹’의 장
이날 개회식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대거 참석했다.
서밋 의장인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허태수 GS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자리했다.
금융권에서는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참석했다.
또 여승주 한화 부회장,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 이석준 CJ 부회장, 오경석 두나무 대표,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 최수연 네이버 CEO,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홍종성 한국딜로이트그룹 총괄대표, 정계성 김앤장 대표변호사 등이 함께했다.
해외에서는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 맷 가먼 AWS CEO, 사이먼 칸 구글 APAC 부사장, 앤서니 쿡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 사이먼 밀너 메타 공공정책 부사장, 호아킨 두아토 존슨앤존슨 CEO, 케빈 쉬 메보그룹 회장 등 글로벌 리더들이 대거 참여했다.
◇트럼프·이재명 ‘경제 비전’ 제시…BTS RM·젠슨 황, ‘3B 시대’를 말하다
올해 서밋의 주제는 ‘연결, 비즈니스, 그 너머(Bridge, Business, Beyond)’다.
정부·기업·시민사회 간 연결을 통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자리로, 각국 정상과 산업 리더들이 직접 연단에 오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급망 안정과 기술동맹 복원이 아태 지역 번영의 핵심”이라며 미·중 기술 경쟁 구도를 언급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에 맞춰 “AI·디지털 전환과 녹색 에너지가 아태 경제의 지속 성장을 이끌 축”이라며 ‘협력과 포용의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다.
오전 세션에서는 AI, 금융, K-컬처, 디지털화폐, 탄소중립 등 9개 주제가 다뤄졌 다. 특히 BTS RM은 ‘APEC 내 문화산업과 K-컬처 소프트파워’를 주제로 강연하며, 산업과 문화의 결합이 새로운 성장 모델임을 강조했다. 맷 가먼 AWS CEO, 최수연 네이버 CEO, 마티아스 콜먼 OECD 사무총장도 연사로 나선다.
◇3일간 20개 세션…AI·에너지·헬스케어 미래 로드맵 제시
30일에는 공급망, AI 로드맵, 디지털시장, 헬스케어, 차세대 에너지 등 6개 세션이 예정돼 있다.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 앤서니 쿡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 사이먼 칸 구글 APAC 부사장,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 등이 연단에 오른다.
31일 마지막 날에는 원자력·LNG·헬스케어·미래경제 로드맵을 주제로 5개 세션이 진행될 예정이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호아킨 두아토 존슨앤존슨 CEO,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 등이 주요 연사로 참여한다.
서밋의 대미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장식한다. 그는 ‘AI 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며 글로벌 기술 생태계의 향후 방향성을 제시할 예정이다.
◇대한상의 “정상-CEO 직접 대화…새로운 ‘빅딜’의 무대 될 것”
대한상의는 “이번 서밋의 핵심은 단순한 포럼을 넘어서는 고위급 네트워킹의 장”이라며 “정상과 글로벌 CEO들이 직접 만나 실질적인 투자와 협력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빅테크 및 금융그룹들은 별도의 1대1 미팅 프로그램을 통해 전략적 파트너십과 신(新)공급망 체계 구축을 모색 중이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APEC CEO 서밋은 참여국·연사·세션 모두 사상 최대 규모다.
‘3B 시대’라는 주제 아래 산업·기술·문화의 융합이 본격화된 이번 경주 서밋은 글로벌 경제질서 재편의 분기점이자 ‘포스트 AI 시대’의 출발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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