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미국의 인공지능(AI) 자율운항 솔루션 기업 해벅AI(HavocAI)와 전략적 협력을 추진하며, 글로벌 해양무인체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기술 교류를 넘어, 한화의 함정건조·통합제어 역량과 해벅AI의 AI 자율항해 소프트웨어 기술을 결합해 미국 시장을 겨냥한 완성형 무인운용체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 거제–하와이 연결한 원격 운용 시연…"기술 실체 입증"
한화는 29일 "해벅AI와 자율운항 및 원격운용 기술 협력 강화를 위한 실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지난 28일 폴 르윈(Paul Lwin) 해벅AI CEO와 연구진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해 한화의 함정건조 및 시스템 통합 역량을 점검했으며, 이어 한국 거제에서 미국 하와이 해상에 대기 중인 무인수상정(USV)을 실시간 원격 통제하는 시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 시연은 단순한 원격 조종을 넘어, 실전 운용 수준의 대양 원격제어 체계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화는 "자율운항·통신·안전통제 등 실제 작전 환경에 준하는 검증이 이뤄졌다"며 "AI 기반 자율운항 솔루션의 기술 완성도를 입증한 계기"라고 설명했다.
■ 한화, '플랫폼+시스템 통합' 강점으로 美 시장 진입 가속
한화는 이번 협력을 미국 해양무인체계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보고 있다.
지난해 미국 필리십야드(Philly Shipyard) 인수를 통해 현지 생산 기반을 확보한 데 이어, 이번 협력으로 AI 자율운항 소프트웨어 공급자와의 직접 연계가 완성된 셈이다.
한화오션은 세계적 수준의 함정건조 기술을, 한화시스템은 전투체계(CMS)·통합기관제어체계(ECS)·상태기반진단체계(CBMS) 등 함정의 '두뇌와 심장'을 담당하는 통합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해벅AI의 AI 자율운항 엔진이 결합되면, 함정의 자율운항–전투–기관 제어가 하나로 연결된 통합 운용체계가 가능해진다.
■ 방산 넘어 민수시장까지 확장… "운용 효율·비용 절감"
한화와 해벅AI는 이번 협력을 통해 방산뿐 아니라 민수용 해양무인체계 시장으로의 진출도 추진한다.
AI 자율운항 기술을 기존 유인선박에 탑재하면 항만보안·해양감시·환경조사 등 민간 영역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AI가 선박 상태를 스스로 진단해 정비를 권고하는 CBMS 기반 솔루션을 접목하면 유지비 절감·운용 효율 향상 등 경제성 개선 효과도 크다.
폴 르윈 해벅AI CEO는 "한화의 함정건조 및 시스템 전문성과 해벅AI의 자율항해 기술이 결합되면, 기존 선박의 활용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무인체계의 배치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문기 한화시스템 해양사업부장은 "그룹의 해양시스템 통합 역량과 계열사 간 시너지를 통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실질적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 'AI 자율운항+국산 함정 플랫폼' 결합한 新사업모델
이번 협력은 한화의 플랫폼 기반 제조역량과 미국의 AI 자율운항 기술을 결합한 실질적 융합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화는 이미 현지 조선소 보유(필리십야드), CMS/ECS 기술 내재화, AI 연계 시스템 통합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AI 엔진 소프트웨어 공급망을 미국 현지 기업과 직접 연결함으로써, 기술과 시장 양면에서 '미국 내 조달 자격'을 충족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즉, 이번 동맹은 '미국 내 생산 + 현지 AI 기술 + 한국형 함정 기술'의 3박자 협력모델을 실현한 사례로 평가된다.
향후 미 해군의 USV(무인수상정)·MUM-T(유·무인 복합체계) 사업 참여 가능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 'AI해양체계, 한화의 차세대 성장축으로 부상'
한화그룹은 이미 해양방산·위성·항공전자·에너지 등 전 계열사에 AI를 접목한 '디지털 방산–스마트 인프라'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번 해벅AI와의 협력은 해양분야에서 그 전략이 구체화된 첫 사례로, AI·소프트웨어 중심의 해양무인체계 사업이 그룹의 차세대 성장축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궁극적으로 한화는 '플랫폼 제작자(한화오션) + 통합체계 사업자(한화시스템) + AI 파트너(해벅AI)' 삼각 협력 모델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 자율운항 솔루션의 상업화와 국방 실적을 동시에 노린다는 구상이다.
이번 거제–하와이 원격 시연은 그 첫 번째 실증이자 한화의 글로벌 해양 AI 생태계 진입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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