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가상자산 대여'(렌딩) 서비스 경쟁으로 거래액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강제청산 사례도 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주요 거래소 렌딩 서비스 이용자는 약 2400명에서 3만5500명으로 14배 이상 급증했다. 거래액 역시 1100억원대에서 1조1400억원 수준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렌딩 서비스 이용자와 거래액이 급증하는 이면에 단기시세 변동으로 인한 강제청산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4개월간 누적 강제청산 건수는 2만 건 이상으로 한 달 평균 3000~5000건 수준으로 투자자들이 담보 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 위험에도 직접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렌딩 서비스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이나 원화를 담보로 예치하면, 거래소는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가상자산을 대여해주는 구조다. 투자자들은 빌린 가상자산의 시세 차익을 노리거나, 담보 자산을 매도하지 않고도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렌딩 서비스로 활용한다.
최초 투자자들이 보유한 코인을 거래소에 예치하고 일정 이자를 받는 구조로 표면상 예금형 상품처럼 인식된다. 거래소별 연 10~18% 안팎의 높은 수익률에 투자자 유입을 늘어나고 있지만 가격 변동과 담보 리스크에 직접 노출되는 고위험 투자상품과 유사한 구조를 띠고 있다.
빗썸은 9월 30일까지 누적 거래 건수 47만4821건, 9월 한 달 거래액 1조1284억원으로 집계됐다. 업비트는 서비스 출시 이후 누적 거래 건수가 1만1667건이다.
담보 이용자가 제공한 가상자산 가격이 급락해 담보 대비 부채 비율(LTV)을 맞추지 못하면 담보를 강제로 처분해 대여금을 회수한다. 6월 강제청산 건수는 574건, 7월에는 1만7299건으로 급증했으며 최근 4개월 누적 건수는 2만 건을 넘어섰다.
금융당국은 지난 8월 거래소의 대여 서비스 영업 중단을 권고했으나 일부 거래소는 권고에도 서비스를 지속하면서 청산 건수가 더 늘었다. 8월 18일부터 9월 4일까지 빗썸에서 강제청산을 당한 이용자는 96명, 건수는 265건으로 집계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2025년 9월, 가상자산 렌딩 서비스 자율규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레버리지(고배율) 대여 제한, 연 20% 수수료 상한 권고 이용자 보호 강화, 재대여 금지 등이다. 문제는 이 가이드라인은 권고 수준에 불과해 법적 강제력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가상자산 대여시장은 성장 초기 단계다. 수익률 경쟁과 규제 틀이 정착되는 시점에서 거래소 간 서비스 차별화와 투자자 신뢰 확보가 향후시장 판도를 좌우할 전망이란 분석이다.
가상자산 관계자는 "가상자산 렌딩 서비스는 이자형 상품처럼 보여도 실질적으로는 고위험 투자와 유사하다"며 "규제와 투자자 보호 장치가 충분히 마련돼야 시장이 지속 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세진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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