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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기온이 오르면서 벚꽃 개화는 앞당겨지고 스키장 운영 기간은 줄어드는 등 기후변화가 관광 성수기 지형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관광공사는 최근 7년간 이루어진 기후변화가 관광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29일 발표했다. 공사는 기후 데이터와 이동통신 기반 관광데이터를 결합해 관광지 유형별 방문객 수 변화를 2018~2021년과 2022~2024년으로 나눠 기온이 1도 상승할 때 나타나는 방문객 수 변화 추이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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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관광 성수기의 변화가 제일 뚜렷하게 나타났다. 5월은 대표적 봄 성수기로 인식됐으나 최근엔 3~4월이 새로운 성수기로 부상했다. 과거 봄 여행지로 분류됐던 6월은 기온상승으로 인해 자연관광지 관광객이 9.6% 감소했다. 지역별 편차가 존재하지만, 전국 벚꽃 개화 시기도 2018년 대비 2024년에 평균 3일가량 앞당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은 자연·휴양관광지 수요 증가의 중심이 8월로 이동하며 한여름 집중 현상이 강화됐다. 가을은 10월부터 11월까지 모든 관광지 유형에서 안정적인 성수기로 자리매김했다.
겨울은 기온 상승으로 대부분의 관광지에서 방문객이 감소하면서 겨울 성수기가 소멸되는 양상을 보였다. 12월 휴양관광지는 관광객이 12.4% 감소했으며 체험관광지, 문화관광지도 11% 감소했다. 특히 스키장의 개장 시기가 늦춰지고 적설량 부족으로 운영 시즌이 단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기후변화로 인해 2009년 17곳까지 늘었던 국내 스키장은 현재 경지 남양주 스타힐리조트(구 천마산 스키장), 경기 용인 ‘양지파인리조트’ 등 4곳이 폐업 또는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자연관광지는 기온 변화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2022~2024년 6월 기준 기온 1도 상승을 가정할 때 방문객이 9.6%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초여름 무더위가 방문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동일한 조건으로 휴양관광지는 10월 기준 13.5%가 증가하며 상위권에 올랐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가을을 즐기고자 하는 수요가 휴양지로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변화는 국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유럽 남부(그리스·이탈리아·스페인 등)도 최근 몇 년 연속 여름 폭염(40°C)을 겪으며 6~8월 관광객이 줄고, 대신 상대적으로 쾌적한 봄·가을이 새로운 성수기로 부상했다. 유럽관광위원회가 2023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폭염으로 인해 지중해 여행 계획이 있는 관광객이 전년 대비 10% 감소했다고 밝혔다. 겨울 여행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프랑스 환경단체인 마운틴 와일더니스에 따르면 2001년 이후 프랑스에서 22개의 스키 리프트를 철거했으며, 프랑스에는 106개의 폐스키리프트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과학저널 ‘네이처 기후변화’ 연구 결과, 유럽 스키장의 53%가 지구 평균 2도 상승 시 눈 부족 위험에 직면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2024년 지구 표면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1.52도 높은 상태다.
이지은 한국관광공사 관광컨설팅팀장은 “2018년 이후 국내 평균기온이 1.7도 상승하면서 관광 성수기의 계절 지도가 변화하고 있다”며 “기후변화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관광산업의 구조와 전략을 바꾸는 핵심 변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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