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시장 전망·수요·효과 분석 결과 사업성 불투명
"군수 취미생활이 역점 사업으로 둔갑" 지적도
(화순=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전남 화순군이 역점 추진하는 342억원 규모의 '한국난 산업화단지'는 100년 가까이 운영해야 시설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 정도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전망과 수요, 효과가 모두 불투명한 상황에서 단순한 기대만으로 수백억원대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화순군에 따르면 한국난 산업화단지는 난 생산시설(비닐하우스), 유통시설, 연구시설, 전시홍보 시설, 카페·체험시설 등 5개 시설로 계획됐다.
화순군은 이 시설을 직접 운영하며 첫 해 기준 11억7천600만원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비닐하우스와 카페 등을 민간에 임대해주고 받는 임대료(2억4천만원)와 직접 난을 생산해 판매한 수익(8억5천699만원), 관광객 체험료(8천만원) 등이다.
수익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난 판매 수익은 생산량 전부를 국내·외에서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
이를 인정하더라도 시설을 운영하는 데에는 8억4천800만원이 필요할 것으로 파악됐다.
난 생산을 위한 종묘 구입비를 비롯해 관리비와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순익은 3억2천여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과 비용을 단순 계산하면 사업비를 회수하는 데 100년 넘게 걸리는 셈이다.
투자 지표 중 하나인 내부수익률(IRR)의 경우 5.5% 이상일 경우 사업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보지만 화순군 자체 분석에서조차 이 기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오히려 순손실(-4.7%)이 예상됐다.
이에 대해 화순군은 사업의 공적인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한 수익 구조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변한다.
한국난이 농가의 신소득 작물로서 전망이 있다고 강조하며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난 산업을 견인하면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 근거로 장밋빛 시장 전망을 내놨다.
국내 난 시장 규모(경매량)는 연평균 500억원대로 꾸준한 수요가 있고, 상당수가 서양란이 차지하고 있는 만큼 품질 좋은 한국난(자생난)을 생산하면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호남의 경우 한국난 생산량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수치를 제시하며 연평균 20% 성장을 전망했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는 정확하지 않거나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오히려 공식 자료에 나타난 난 시장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간한 2023년 화훼재배 현황에 따르면 난류 판매 금액은 2022년 456억원에서 이듬해 409억원으로 감소했고 재배 면적도 줄어들었다.
같은 해 산림청에서도 자생난 재배 현황을 전수조사했는데 그 해 판매액은 15억5천만원으로 전년 29억여원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 지역에서 자생란 생산 규모가 해마나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분석한 결과도 사실과 달랐다.
해당 수치는 비슷한 사업을 먼저 시작한 함평군의 자체 생산량에 불과할 뿐 그 외 재배 농가나 재배 면적은 전무했다.
화순군은 세계 최대 규모의 난 시장이 형성된 중국 남정현에서 한국 난이 국내 판매 가격보다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들여 수출 가능성을 낙관하기도 한다.
그러나 물류비와 관세 등 수출에 필요한 비용 등을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화순군은 이 사업을 추진하면 화순군 전체 농가가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처럼 수혜 효과를 과다 책정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지숙 화순군의원은 "처음부터 수요에 대한 조사 없이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끝이 뻔히 보이는 상황"이라며 "농가에 보탬이 되고 부자 농촌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소수의 난 산업 종사자들의 배를 불리기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난 회사 오너라면 블루오션을 찾아 여러차례 도전해볼 수 있겠지만 공공의 영역에서 할 일은 아니다"며 "일각에서는 군수의 취미 생활이 역점 사업이 됐다는 평가까지 나온다"고 지적했다.
화순군은 이양면 일대에 난 산업 관련 5개 시설(난 미래산업 육성센터·난 연구관·난 유통센터·난 산업복합센터·난테라리움카페)을 만들어 운영하는 '한국난 산업화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총 사업비는 도비 180억원, 군비 162억원 등 총 342억원으로 책정돼 이미 22억원을 들여 사업 부지를 매입했다.
300억원 이상의 신규 사업의 경우 정부의 투자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화순군은 최근까지 모두 3차례 심사에서 탈락하고 향후 4차 심사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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