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변호인 "검찰이 취약성 적극 이용"
사법정책연구원, 공소장 장애정보 표기 등 대안 제시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사물 변별이나 의사 결정 능력이 부족한 정신적 장애인이 범죄 관련 수사 또는 재판받는 사례가 증가세를 보인다.
문맹 아버지와 경계성 지능인 딸이 16년간 살인범의 오명을 썼던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을 계기로 정신적 장애인 또한 차별 없는 법의 판단을 받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사법부에 따르면 사법정책연구원은 정신적 장애인의 방어권 보장과 공정한 재판을 위한 형사소송 절차의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올해 5월 발간했다.
보고서가 인용한 검찰 통계를 보면 정신적 장애인의 범죄검거 현황은 2019년 7천817건에서 2023년 1만3천994건으로 4년 만에 약 2배로 증가했다.
구속 비율은 2023년 기준 정신적 장애를 가진 경우가 4.5%로 전체 집단(2.3%)보다 약 2배 높았다.
같은 기간 정신적 장애인에 대한 기소율(재판에 넘겨진 비율) 또한 54.8%로 전체(42.2%)보다 높았다.
전과 이력은 초범이 매해 35% 전후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통계가 수사기관의 처분이 정신적 장애를 고려하지 않고 진행되는 점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형사 절차가 정의하는 정신적 장애란 의학적 정의를 바탕으로 시대상이나 사회적 인식 변화를 함께 검토한다.
자신의 이름 정도의 한글만 읽고 쓸 줄 아는 아버지, 지능지수 74점 정도의 경계성 지능인인 딸 등 전날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의 피고인 부녀도 일련의 범주에서 정신적 장애인에 속한다.
재심 재판부가 부녀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던 가장 큰 이유는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하지 않은 검찰 수사의 위법성이었다.
부녀는 장시간 조사를 반복적으로 받는 과정에서 진술거부권, 변호인 또는 신뢰관계인 동석권, 조서 열람 및 변경 청구권 등 아무런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이 같은 사정 때문에 부녀를 변호한 박준영 변호사는 재심 최후변론에서 사법절차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박 변호사는 전날 재심 선고공판이 끝난 뒤 "자기 생각을 말로 풀어내기 어려워하고 이해와 판단이 더딘 피고인들의 특성에도 검찰은 조사 방식을 조정하거나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방법으로 배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취약성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며 현행 체계의 부족함을 재차 꾸짖기도 했다.
사법정책연구원 보고서는 수사 단계에서의 장애 여부 확인, 공소장에 장애 정보 표기, 피의자 또는 피고인에 대한 진술 조력인의 확대 등을 개선방안으로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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