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시세조종' 무죄 이끈 광장 "검찰이 증거 왜곡·편집"

[이데일리 성주원 정윤지 기자] 검찰이 에스엠(041510)(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김범수 카카오(035720) 창업자(현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등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가운데 피고인 측 변호인이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공모 의혹을 받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 21일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가 선고된 뒤 법원을 떠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카카오 법인과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등을 변호하고 있는 법무법인 광장은 29일 “검찰이 항소하며 공개한 증거들은 모두 1심에서 이미 심리된 후 배척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장은 “공개된 증거들은 일부 내용만 자극적으로 편집돼 실제 의미가 상당히 왜곡돼 있다”며 “검찰의 주장은 제1심 판결 심리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된 후 법원에 의해 배척된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대해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등을 이유로 전날 항소를 제기했다. 검찰은 “1심 재판부가 시세조종을 상의하는 카카오 관계자들의 메시지, 통화녹음 등 다수 증거에 대한 판단을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공개한 증거에 따르면, 카카오 관계자 A씨는 2023년 2월 28일 B씨와 통화에서 “지금부터 사기 일단 시작해 빨리”라고 지시했다. A씨는 수사를 앞두고 B씨와 “3월 2일 날 왜 많이 매집했느냐가 가장 쟁점”이라며 답변을 맞추자고 말했다.

검찰은 또 “2023년 2월 28일 카카오만 1300억원 어치 주식을 사들여 주가를 끌어올렸다”며 시세조종성 주문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21일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배재현 전 대표 등 카카오 측 임직원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 핵심 증거인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의 진술을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문장이 카카오엔터의 바람픽쳐스 고가 매입 사건 관련 별건 수사로 압박을 받아 허위 진술을 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판결의 당부를 떠나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제도적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면서도 “부당하게 수사한 경우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광장은 “항소심에서 검찰의 주장을 포함한 사건 전반에 관해 상세히 변론해 실체적 진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검찰 항소로 김범수 센터장을 비롯한 피고인 8명은 서울고법에서 2심 판단을 받게 됐다. 검찰은 김 센터장에게 1심에서 징역 15년, 벌금 5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2심은 서울고법에서 진행된다. 서울고법은 사건 배당 후 첫 공판기일을 지정할 예정이다. 1심 판결의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 주장을 중심으로 양측이 치열하게 다툴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에선 검찰의 ‘시세조종 공모’ 주장에 대한 구체적 증거 여부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본다. 검찰이 부각한 통화녹음, 메시지 등이 1심 판단을 뒤집을 만큼 설득력을 가질지가 관건이다.

2심 판결까지는 수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1심은 기소 후 1년 1개월여만에 선고가 나왔다. 피고인 전원이 1심에서 무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는 당분간 사법 리스크로 인한 경영 부담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