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릉원·첨성대·보문단지서 다양한 야간 행사 열려
관광객 "전통과 현대 잘 어우러져"…도시 전체가 박물관, '한국의 미' 돋보여
(경주=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푸르고 높던 가을 하늘이 어둑해지자, 고도 경주의 왕릉들은 천년의 잠에서 깨어난 듯 저마다의 서사를 전했다.
28일 오후 8시께, 경북 경주시 황남동 대릉원.
천마총에는 황리단길과 대릉원을 잇는 시간의 입구를 표현한, 황남대총에는 신라와 마립간의 역사를 빛으로 되살린 미디어아트가 방문객들의 발길을 잡고 눈길을 훔쳤다.
"전통과 현대가 잘 어우러져 보여 정말 좋습니다"
경남 울산에서 가족여행을 온 30대 주부 정은정 씨는 대릉원의 달라진 야경을 이처럼 반겼다.
그는 "세계적으로 서울은 잘 알려졌지만, 한국적이고 역사가 깊은 경주는 그렇지 못해 아쉬웠는데 APEC을 기점으로 이렇게 좋아진 만큼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라며 환히 웃었다.
경주시는 APEC 정상회의 개최를 맞아 관광객을 위한 야간 볼거리로 대릉원 미디어아트 몽화(夢華)를 마련했다.
몽화는 꿈에서 노닐던 즐거움을 뜻한다.
행사에서는 '천년의 문이 열리다'라는 주제로 대릉원 곳곳에서 10가지 테마의 미디어아트 및 다양한 체험활동을 즐길 수 있다.
30대 직장인은 "그동안 대릉원에 오면 보는 게 무덤뿐이었는데 이렇게 꾸미니 좋고 놀랍다"라고 호평했다.
미디어아트는 다음 달 16일까지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무료 관람할 수 있다.
천년고도의 밤마실을 첨성대로 잇는다면 즐거움이 또 기다린다.
조선시대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속 1천467개의 별과 28수 별자리, 동서남북을 수호하는 사신도(청룡·백호·주작·현무)를 표현한 미디어파사드가 첨성대에 불어넣은 생기를 확인할 수 있다.
양산에서 친구들과 함께 온 20대 대학생은 "APEC으로 경주가 달라졌다는 말을 듣고 왔는데 정말 볼거리가 많아진 것 같다. 재밌고 즐겁다"라며 감흥을 전했다.
APEC을 맞아 다소 밋밋했던 신라의 달밤을 빛의 향연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보문호 주변에서는 다음 달 1일까지 '우리의 달, 모두의 달'을 주제로 멀티미디어 쇼가 진행된다.
신라 문화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빛 조형물이 수변 길에서, '알에서 태어난 혁거세'를 모티브로 한 높이 15m의 대형 상징물의 미디어아트 등이 호반 광장에서 경주의 밤을 밝힌다.
(김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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