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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고수익’…책준형 신탁에 휘청이는 신탁사
28일 금융투자협회 통계 등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신탁사 14개사는 지난 2분기 11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순손실 규모는 1343억원이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14곳 중 5곳이 적자였는데 우리자산신탁 순손실 규모가 762억원으로 가장 컸고 △무궁화신탁(447억원) △KB부동산신탁(305억원) △교보자산신탁(246억원) △코리아신탁(36억원)이었다.
이같이 부동산신탁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로 ‘책임준공형 신탁사업’이 꼽힌다. 책임준공형 사업은 시공사가 약속된 기한 내 공사를 완공하지 못하면 신탁사가 책임을 지는 방식이다. 주로 신용도가 낮은 시공사 대신 신탁사가 대주단에 책임준공을 약속해 PF 대출을 받아내는 것이다. 책임준공형 신탁사업은 전형적인 ‘고위험 고수익’ 사업으로 꼽힌다. 신탁사가 사실상 시행사의 역할을 해 PF를 성사시키는 등 수익을 더 많이 챙겨갈 수 있지만 사업 실패 시 직접 손실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호황기에는 미분양 리스크가 크지 않기 때문에 책임준공형 사업을 다수 수주한 신탁사들이 세를 불릴 수 있었다. 다만 최근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속출하고 일각에서 공사 지연이 발생하며 책임준공형 사업으로 몸을 불렸던 신탁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무궁화신탁이다. 무궁화신탁은 2020년 책임준공형 신탁 사업을 시작해 2021년 책임준공형 사업만 113건 수주해 해당 연도 영업수익은 1239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듬해인 2022년 영업수익 역시 1486억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다만 부동산 경기가 나빠진 2023년 영업이익은 다소 떨어졌고 2024년 영업손실이 746억원을 내며 적자전환됐다. 부채비율 역시 재무부실 기준(200%)에 가까운 196%까지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 기준 책임준공 미이행 사업장 수는 17곳, PF실행잔액은 445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무궁화신탁을 키웠던 책임준공형 사업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손배소에서 패소 잇따라…신탁사 조이는 금융당국
게다가 책임준공 미이행 손해배상 소송에서 신탁사의 패소가 잇따르며 업계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근 법원은 PF 대주단이 신탁사들을 대상으로 제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신탁사에 대출 원금과 지연이자 전액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책임준공 확약이 명백한 경우 신탁사의 책임을 폭넓게 인정해주는 것이다. 시공사 부도나 외부 요인이 있다는 이유로는 면책이 불가능한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금융당국은 지난 7월부터 부동산 신탁사의 사업 내실화를 위한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을 시행하고 있다. 부동산신탁사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적용범위를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실질 위험이 반영되도록 산정기준을 개선했다. 그간 NCR 위험액 반영은 책임준공형 위험을 관리형 토지신탁에만 반영했는데 이를 차입형 토지신탁에서 반영하도록 했다. 또 토지신탁사의 관리능력 범위 내 사업수주가 이뤄지도록 자기자본 대비 토지신탁 위험액 한도를 도입한다. 토지신탁 총 예상위험액을 자기자본 100% 이내로 제한하는 한도 기준을 신설해 무차별적인 사업 수주를 막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가 어려워짐에 따라 신탁사의 구조조정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위원은 “건설업 역시 타 산업처럼 업황의 등락이 있고 시장 상황이 안 좋아질 때마다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된다”며 “수주할 수 있는 물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없는 곳은 어쩔 수 없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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