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 확대가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국회와 금융위원회에 특사경의 인지수사권을 허용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하면서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다만 금융위가 민간 기관의 권한 남용 우려로 이에 반대해 온 만큼, 금감원과 금융위 간 대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27일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금감원 특사경의 권한 확대 검토 요구에 내부적으로 답변을 준비 중이다.
금감원 특사경은 검찰 지휘를 받아 불공정거래 사건을 수사하는 조직으로 자체 인지한 사건은 수사할 수 없는데, 국정감사에서 인지수사권이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특사경의 인지수사권 허용은 법 개정 사안이 아닌 금융당국 간 조율이 필요한 문제인데, 그간 금융위는 특사경 인지수사권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상위법인 형사소송법이 특사경의 인지수사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하위 규정인 '금융위 감독규정'은 특사경이 '검사의 지휘를 받아서만' 수사할 수 있도록 수사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금감원 특사경보다 3년 늦게 출범한 금융위 특사경도 인지수사권을 활용한 사례가 없다.
금융위가 인지수사권에 민감한 이유는 민간기구인 금감원의 권력 남용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강력한 행정 감독 권한에 형사 인지수사권까지 결합되면 선택적 수사 개시, 강합 수사 등 권한 오남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감원이 정조준해 초기부터 조사를 착수해 온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최근 1심에서 불공정거래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금감원의 강력한 조사·제재권에 견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김범수 창업자는 금감원 피조사자 중 최초로 포토라인에 선 듯한 장면까지 연출된 바 있다.
여기에 인지수사까지 쉬워지면 '선(先) 수사 후(後) 확인', 피의사실 공표, 내사 정보 누설, 보복성 수사 등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불공정거래 조사·수사의 기관 간 역할 분담에서는 신속 수사와 함께 절차적 견제와의 균형도 강조된 이유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불공정거래 행위 근절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가운데, 신속하고 효율적인 범죄 쳑결을 위해선 가장 전문성 있는 기관인 금감원에 보다 많은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금감원 특사경은 2019년 16명(금융위 1명 포함)으로 출범했지만, 검찰이 굵직한 주요 사건들을 금감원 특사경으로 내려보내면서 덩치는 파견 인력 포함 50여명 규모로 커졌다.
앞으로도 금감원 특사경의 쓰임새는 더 커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 수사권이 분리되면 불공정거래 관련 특수 수사의 공백을 메울 주체가 필요한데, 금감원이 그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을 거란 논리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지수사권이 있으면 주어진 것만 수사해야 해 활동 반경이 좁을 수밖에 없다. 금융위는 권한이 있어도 인력이 5명 남짓이라 불공정거래 수사를 주도적으로 끌어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검찰 수사권이 분리되면 그 공백을 어떻게 할 거냐는 문제도 있다"며 "불공정거래 수사에서는 금감원이 그 공백을 메울 수 있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한편 앞선 국정감사에서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과 금감원 특사경 간 지휘 체계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며 금감원 특사경의 인지수사권을 검토해달라고 금융당국 수장들에게 당부한 바 있다.
이에 이찬진 금감원장도 특사경 권한 확대를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불공정거래 시정하는 데 있어 금감원 만큼 효능감 있는 기관은 없을 것"이라며 "특사경이 인지 권한이 없다는 걸 저는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절름발이 특사경을 개선해달라"며 "금융위에서 이 부분에 대해 선회해 정리해 주면 자본시장 투명성을 위해 저 나름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은 국감 하루 만에 이찬진 원장의 발언에 힘을 실은 상황이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전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필요한 입법 조치를 통해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인지수사권을 명확히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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