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축제에 초대받지 못한 두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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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축제에 초대받지 못한 두 거인

이데일리 2025-10-29 06:00:4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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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나 인버스에 투자하고 있는 느낌이야”, “내가 살 땐 황제주였는데 5년 만에…”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하며 ‘사천피’ 시대를 맞았다. 반도체, 조방원(조선 방위 원자력), 로봇 등이 상승세를 이끄는 가운데 국내 화장품 ‘빅2’인 아모레퍼시픽(090430)과 LG생활건강(051900)은 상승장의 가장자리에서 묵직한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다. K뷰티가 세계 뷰티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산업적 훈풍을 타고 있는데도 말이다.

아모레퍼시픽(왼쪽), LG생활건강 사옥 전경 (사진=각 사)


한때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권을 차지하며 한국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던 두 기업이, 투자자들의 관심 목록에서 빠져 있는 현실은 상징적이다.

두 기업의 부진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됐다. 무엇보다 그간 두 기업의 성장을 견인했던 동력은 중국 소비였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중국의 화장품 시장은 완전히 바뀌었다. 로컬 브랜드의 질적 성장과 국조풍이라는 자국 브랜드 선호 확산으로 외국 브랜드의 입지는 빠르게 축소됐다.

브랜드 전략의 혼선도 문제로 지적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여전히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보유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정체성이 모호하다. 럭셔리와 대중 브랜드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LG생활건강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히트 브랜드’ 부재와 중국 의존도라는 약점을 동시에 안고 있다. 생활용품 부문이 그나마 안정적 수익을 내고 있지만, 시장이 열광하는 건 안정이 아니라 성장의 서사다.

디지털 전환의 속도 또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뷰티 시장은 이미 SNS 중심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콘텐츠 기반 마케팅, 인플루언서 협업 생태계로 재편됐다. 그러나 두 기업은 이커머스 대응과 브랜드 디지털 전략이 여전히 ‘전통적 방식’에 머물러 있다. 그 사이 신규 브랜드들은 실시간 소통과 감성적 스토리텔링으로 소비자와 관계를 구축하며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한때 K뷰티의 흐름을 주도하던 두 거인은 이제 트렌드를 좇는 처지로 밀려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정체가 끝이 아니라 전환의 서막이길 기대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브랜드 서사’의 재건이다. 최근 소비자들은 제품이 어떤 철학과 감정을 담고 있는지로 구매를 결정한다. 특히 젊은 세대는 한국적 감각이 녹아든 디자인, 피부과학 중심의 기술력, 윤리적 생산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그 점에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여전히 유리한 위치에 있다. 오랜 브랜드 유산과 아시아적 미학, 진정성 있는 연구개발 역사라는 강력한 자산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변화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리스크를 감수하며 브랜드를 재정의하려는 전략적 결단이 필요하다. 과거의 성공을 내려놓고, 새 시대의 감성과 가치관에 맞는 새로운 서사를 써야 한다. 최근 아모레퍼시픽의 친환경·ESG 경영, 브랜드 리밸런싱, 글로벌 전략 강화와 LG생활건강의 AI를 활용한 화장품 개발, 뷰티 디바이스 중심의 미래사업 기반 확립 등은 그런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다.

시장은 냉정하지만, 부활의 순간은 언제나 가능하다. 과거의 영광이 다시 현실이 될 수 있다. 혁신의 속도와 방향을 명확히 세우는 순간, 두 거인은 다시 코스피의 주역으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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