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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주는 핵심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과학기술 자립·자강 수준의 대폭 향상’을 중기(2026~2030년) 목표로 제시한 부분이다. 2015년 중국 정부가 발표한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에서 반도체, 인공지능(AI), 전기차·배터리, 친환경 에너지 등 10대 핵심산업의 자급률 목표 70%를 90%까지 높이겠다는 선전포고다. 2024년 1분기 기준 중국은 태양광 패널(78%), 배터리(63%), 전기차(59%), 반도체(7%) 분야에서 글로벌 점유율을 상당 부분 차지했을 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중국제조 2025의 성과를 이룬 상태다. 더 나아가 이들 첨단제조업 공급망의 상류·중류·하류 역시 중국의 장악률은 거의 70% 이상이며 핵심원자재의 가공단계 역시 중국이 전 세계 서플라이 체인 중심에 있는 상태다. 자급률 상향 목표는 사실상 시간문제로 보인다.
둘째, 2035년까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중등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중장기 목표 제시다. 2025년 중국의 1인당 GDP는 약 1만 3000달러로 세계 76위 수준인데 중등 선진국 진입을 위해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평균 약 3만 달러보다 낮은 2만~3만 달러 사이까지 성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 10년간 GDP 성장률을 4%대 수준으로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만약 미·중 통상 갈등 속에서 중국이 기술 자급률 상향뿐 아니라 성장률도 높이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내수시장 확대를 통한 경제 내실 강화가 가장 현실적인 방안일 것이다. 다만 두 마리 토끼 중 지금까지 첨단 산업 자립을 위한 전략은 비교적 순조롭지만 경제 성장이라는 토끼를 잡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개월 이상 하강국면에 머무르는 부동산 경기와 40개월 이상 100 미만에서 횡보하는 소비자심리지수로는 소비, 투자 등 내수시장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가 요원하기 때문이다. 즉 향후 10년간 중국이 내수시장 확대를 위해 중서부 등 지역 인프라를 비롯해 5세대 이동 통신(5G)·AI 등 디지털 인프라 구축 등 투자 부문 확대와 함께 문화·관광, 친환경·스마트 제품 등 소비 혁신을 위한 신개념 전략을 가속할 가능성이 크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주목하고 두려워해야 할 점은 2026년 초 또 다른 ‘중국제조 2025’가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지난 10년간 ‘중국제조 2025’는 단순한 산업 정책 이상의 ‘기적’을 보여줬다.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무차별적인 관세 폭탄에도 중국 제조업이 꿋꿋이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힘은 바로 국가 전략의 일관성에 있다고 볼 수 있다.
15차 5개년 계획 아래 숨겨진 진짜 ‘병기’가 내년 상반기 혹은 하반기에 공개될지 전 세계는 긴장하며 주시하고 있다. 만약 신형 제조업 전략이나 기술 자립 강화 프로젝트가 예정보다 앞당겨 실행된다면 글로벌 제조 및 기술경쟁 구도는 한층 더 격화할 전망이다. 더 나아가 우리는 향후 10년 안에 중국이 세계 첨단 제조업의 테스트베드가 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즉 중국 시장이 새로운 기술과 제품의 실험장으로서 주요 실험 무대가 되고 미국, 유럽연합(EU) 등 경쟁국들은 중국과 비교해 혁신을 따라잡기 어렵게 될 수도 있다. 단순한 기술경쟁을 넘어 정치·경제·산업 전반에서 ‘초격차’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음을 직시해 미래산업 전략 구상에 더욱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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