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實錄조조] 소설 연재 안내
본 소설은 현 정세의 사건들을 조조, 유비, 손권 등의 인물과 탁류파, 청류파 등의 가상 정치 세력으로 치환하여 재구성한 팩션(Faction)물입니다.
서라, 짐짓 '대의를 앞세우나' 실은 사사로운 이익과 권력을 좇는 자들을 탁류파(濁流派)라 칭하고, 그 반대편에서 '청명한 정치를 부르짖으나' 실은 권문세족의 이해를 대변하는 자들을 청류파(淸流派)라 부르노라. 현재 탁류파는 여당인 민주당, 청류파는 야당인 국민의힘이니라.
조조(曹操)는 탁류파의 우두머리이자 대선을 통하여 대권을 잡은 당대 제일의 웅걸이었다. 탁류파의 정신적 지주로는 선대 제후인 유비(劉備, 문재인 전 대통령)가 있었고, 조조의 대적이자 청류파가 밀던 인물은 곧 강동의 호랑이라 불리던 손권(孫權, 윤석열 전 대통령)이었다.
때는 바야흐로 대한제국의 천하가 탁류파 승상 조조(曹操)의 지배 아래 놓인 때였다. 조조는 황제를 등에 업고 중앙 정권을 장악하였으나, 그의 거친 통치 방식과 실리만을 좇는 외교술로 인해 조정 내 야당인 청류파(淸流派)의 끊임없는 비난에 직면하고 있었다. 특히 외해(外海) 저 너머 광활한 땅을 다스리는 서양 오랑캐들의 대장 도날대(道捺大, 도널드 트럼프)와의 관계 설정에 있어, 청류파의 비난은 극에 달했다.
말레이(Mal-Lei) 땅에서 남만국(南蠻國, 아세안)의 수장들이 모이는 대규모 회의가 열렸다. 서장 도날대는 예외적으로 이 회의의 만찬에 참석하여 전 세계 145개국 사절들을 불러 모았으니, 마치 위엄 있는 맹주가 제후들을 소집하는 격이었다.
그러나 조조는 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소식이 수도에 닿자, 야당인 청류파의 대변인이자 맹장인 박수영(朴樹英)은 어전 회의에서 칼날을 세웠다.
“승상께 아뢰오. 승상께서는 이번 말레이 남만회의 뿐 아니라, 서방 G7 모임, 나토(NATO) 회동, 심지어는 뉴욕 유엔 총회의 성대한 만찬까지, 도날대 장군이 참석하는 자리마다 홀로 자리를 비우셨으니, 이는 벌써 네 번째 회피입니다! ”
박수영은 목소리를 높여 천하에 고했다.
“국민들은 승상을 일컬어 ‘외교를 포기한 자(外抛者, 외포자)’라 부르며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짐작컨대, 승상께서는 저 포악한 도날대 장군을 직접 대면하는 것이 두려워, 깊은 서장공포증(西將恐怖症)에 걸린 것은 아니겠습니까? 어찌 천하의 승상이, 동맹의 맹주를 이리도 피한단 말입니까!”
청류파 원내대부 송언석(宋彦石) 또한 거들었다.
“그렇습니다! 도날대 장군을 만나 풀어야 할 철약(鐵約) 해체 문제, 즉 관세 협상은 석 달째 교착 상태입니다. 어찌 교민 간담회가 도날대와의 담판보다 중요하단 말입니까!”
조조는 청류파의 맹공에 잠자코 앉아 있었다. 그를 따르는 탁류파 신료들은 불안에 떨었으나, 승상의 얼굴에는 만 리를 내다보는 듯한 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실익이 없는 만남은 독이 되니
‘허석지계(虛席之計)’를 행하라
잠시 후, 조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으나 조정의 모든 소음을 잠재웠다.
“그대들은 내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보는가? 나는 천하의 도적놈들을 토벌하고 강대한 적들을 쳐부쉈으나, 단 한 번도 쓸데없는 싸움으로 아국의 병력과 재물을 낭비한 적이 없다.”
조조는 과거, 자신의 본거지를 배신하고 봉기한 장막(張邈)을 토벌하려다 실패하자, 즉시 군사를 돌려 정세가 급박한 연주(兗州)로 돌아간 적이 있었다. 그는 작은 원한을 갚는 것보다, 가장 중요한 근거지를 지키는 것이 진정한 영웅의 실리라고 여겼던 인물이다.
“관세 협상이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저 도날대 장군은 이성으로 움직이는 이가 아니다. 그에게 '거래(去來)'가 곧 천하를 움직이는 유일한 이치이다.”
조조는 단호하게 말했다.
“협상의 핵심 쟁점이 타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가 섣불리 그를 만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는 짧은 몇 마디만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후,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조건만을 더욱 거세게 요구할 것이며, 성과 없는 만남의 후폭풍은 오히려 아국을 곤경에 빠뜨릴 것이다.”
이는 이른바 조조의 허석지계(虛席之計)였다. 자리를 비우는 것이 오히려 돌발 변수를 통제하고, 트럼프의 역공을 사전에 차단하며, 협상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도된 전략적 거리두기였던 것이다.
“나는 도날대를 만나는 대신, 뉴욕에서 서방의 저명한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났고, 아국의 입장을 끈기 있게 설파했다. 그들이 도날대 장군의 귀를 움직이는 또 다른 채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조는 자신의 외교가 상징적 예우가 아닌 실질적 ‘판’을 흔드는 우회 전략임을 역설했다.
탁류파의 좌장 유비(劉備)와 청류파의 영수 손권(孫權)
조조의 외교 전략은 선대 탁류파의 좌장이었던 유비(劉備)의 통치 방식과도 크게 달랐다. 유비는 과거 청와대라는 촉한(蜀漢)의 정통성을 대표하며 도덕적 명분을 중요시했으나, 조조는 오직 눈앞의 실익과 안정만을 추구했다. 유비가 이른바 '착한 외교'로 덕(德)을 쌓으려 했다면, 조조는 '거래의 외교' 속에서 리스크 관리(危機管理)를 최우선으로 삼았다.
한편, 조조와 천하를 다투는 청류파의 영수, 손권(孫權, 윤석열)은 조조의 외교 행보를 강력히 비판했다. 손권은 청류파의 지지를 등에 업고 중앙 정권에 잠시 등극했던 이로, 조조와는 물과 기름 같은 관계였다. 청류파는 손권이야말로 서방 오랑캐들의 진정한 예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며 조조를 몰아세웠다.
그러나 조조의 최대 우려는, 과거의 정적 유비도 손권도 아닌, 바로 저 서장 도날대의 예측 불가능한 요구였다.
허석지계의 역효과
삼천오백억의 공물
조조가 '허석지계'를 통해 단기적인 위험을 피하려던 순간, 서방에서 충격적인 전갈이 도착했다.
서장 도날대가 대사(大使)를 통해 조조에게 보낸 서신에는, “한미 무역 합의에 따라 조선은 아국에 삼천오백억 냥(三千五百億兩)의 거대한 공물(貢物)을 바쳐야 하며, 이 모든 것은 '선불(先拂, Up Front)'로 즉시 이행되어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는 우리 돈 490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다.
조정은 발칵 뒤집혔다. 한 신료가 떨리는 목소리로 아뢰었다.
“승상! 도날대 장군께서는 승상의 거듭된 불참을 ‘경시(輕視)’로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명분을 중요시하는 동맹이 아니라, 오직 실리만을 추구하는 도날대의 분노가 천문학적인 경제적 보복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조조는 마침내 그가 피하려 했던 가장 큰 리스크와 직면했다. 그는 단기적인 협상 악화를 피하려다, 장기적으로는 트럼프의 '거래적 본능'을 자극하여 동맹 유지 비용을 천문학적으로 증가시키는 역효과를 낳았을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깨달아야 했다.
조조는 깊은 수심에 빠졌다.
“흠... 내가 단지 눈앞의 험한 파도를 피하려다, 저 서방의 도도한 조류(潮水)를 역으로 거스르게 되었단 말인가.”
청류파의 비판대로, 조조의 허석지계가 천하의 안정이라는 실익 대신, 아국을 '패싱(Passing)'하고 막대한 공물을 바쳐야 하는 위협만 남긴 것은 아닌지, 대한제국은 조조의 다음 수를 초조하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의 다음 전략은 단순한 '거리두기'가 아닌, 저 도날대 장군의 심중을 꿰뚫는 필승의 '거래 카드'가 되어야 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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