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뉴욕주 항소법원에 111쪽에 달하는 항소 이유서를 제출하며, ‘성추문 은폐 사건’으로 인한 34건의 유죄 판결을 뒤집기 위한 전면전에 나섰다. 트럼프 미 대통령측은 “이번 사건은 정치 검찰이 만들어낸 허구의 범죄”라며 “법정에 서지 말았어야 할 정치극이었다”고 비판했다.
▲면책특권 논쟁 재점화
트럼프는 지난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지급된 돈을 회사 장부에 허위로 기재했다는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이를 ‘다른 범죄를 숨기기 위한 중범죄’로 격상시켰으나, 트럼프 측은 “배심원 간 의견 불일치로 헌법상 만장일치 원칙이 무너졌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대통령의 공식 행위를 증거로 사용한 점을 들어 “연방대법원이 명시한 면책특권을 침해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진영은 이번 항소가 단순한 법리 다툼이 아니라 “사법의 정치화에 대한 투쟁”이라고 강조한다.
반면 민주당은 “법 위의 대통령은 없다”며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론전을 강화하고 있다. 후안 머천 판사의 민주당 기부 전력과 가족의 정치 연계성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이번 사건은 미국 사법제도의 공정성 논쟁으로 확산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 와중에도 감세, 규제완화, 산업 리쇼어링(해외 생산기지의 본국 복귀)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번 항소 결과에 따라 트럼프의 리더십이 흔들릴 경우, 이러한 정책 기조 역시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APEC, 한미 공조의 시험대
이번 주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동맹국들은 트럼프식 통치 방식이 외교 의제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America First)’을 다시 강조하며 APEC 의제 중 다자무역, 기후협력, 공급망 연대 등 전통적 합의 틀에 선을 긋고 있다. 특히 ‘역내 공급망 안정’ 논의에서 한국은 핵심 반도체·배터리 국가로서 미국과의 입장 조율에 나설 예정이지만, 트럼프 정부가 관세 재도입과 동맹 분담금 증액을 다시 꺼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회의를 “트럼프 2기 통상정책의 방향타를 미리 가늠할 무대”로 본다. 외교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사법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한국은 동맹의 균형자이자 실리외교 국가로서 더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외교·산업정책에 복합 충격
트럼프의 항소전은 단순한 사법 공방을 넘어, 미국의 통치 구조와 동맹정책에 직접적인 파급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항소가 받아들여져 트럼프의 정치적 명예가 회복될 경우, 미국은 ‘정치적 복권’을 기반으로 보호무역과 양자주의 외교를 강화할 공산이 크다. 반대로 기각될 경우, 트럼프의 리더십은 흔들리며 공화당 내 강경파가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있다.
경주 APEC은 이런 불확실성이 실물경제와 외교 현장으로 번지는 첫 무대다. 한국 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에너지 안보 △공급망 복원 △기후·디지털 협력 등을 중심으로 다자 연대를 모색하고 있으나, 미국의 통상노선이 한층 자국 중심으로 기울면 한국의 전략 선택지는 좁아질 수 있다.
미국 현지 외교가 관계자는 한 전문가는 “트럼프의 항소 결과는 단순히 한 정치인의 명예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민주주의를 어디까지 정치화할 수 있는가의 시험”이라며 “이 과정에서 동맹국인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도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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