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얀트리 리장 입구에서 바라본 풍경.
서쪽으로는 거대한 협곡을 따라 강이 흐르고 북쪽에는 천년 설산이 솟은 중국 윈난성. 이곳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대 도시 리장이 있다. 만년설이 내려앉은 옥룡설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반얀트리 리장은 눈부신 화려함 대신, 고요하지만 묵직한 존재감으로 시선을 끌었다.
인천에서 환승을 거쳐 도착한 리장 싼이 국제공항에서 차로 약 1시간. 늦은 밤 도착한 리조트는 리셉션부터 객실까지 모두 개별 빌라 형태로 이루어져 낯섦보다는 편안함이 먼저 스며든다. 빌라 문을 열자, 옥룡설산을 배경으로 프라이빗 제트풀이 자리한 정원이 보였다. 어떤 앵글로 담아도 엽서 속 장면처럼 아름다울 게 분명한 풍경이었다. 윈난성에 거주하는 중국 소수민족 나시족의 전통 건축양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객실은 고풍스러우면서도 검은색과 붉은색, 금빛의 컬러 팔레트가 중국에 여행 왔다는 사실을 실감케 한다. 서재, 침실, 욕실이 일렬로 이어진 객실에는 높은 천장과 통창 너머로 보이는 대나무 정원이 어우러져, 마치 자연 속에 몸을 맡기는 듯한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식사도 놓칠 수 없다. 정통 광둥식 레스토랑 바이윈에서는 윈난성에서 나는 다양한 버섯을 듬뿍 넣어 푹 끓인 치킨 핫팟을 선보인다. 깊은 국물 맛이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아, 여행 중 최고의 보양식이 되어준다. 여기에 현지 특산인 리장 맥주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1,2 반얀트리 링하 전경. 3 반얀트리 리장에서 진행하는 나시족 기도 의식.
반얀트리 리장에서 출발해, 반얀트리 링하가 위치한 동양의 신비로운 낙원 샹그릴라로 향하는 길. 그 중간에는 웅장한 호도협(Tiger Leaping Gorge)이 있다. 호랑이가 건너뛰었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이 협곡은 옥룡설산과 하파설산 사이를 깊게 가르는 장엄한 협곡으로 세계 3대 트레킹 코스로 불리며 절경을 자랑한다. 고산지대 트레킹에 스스로의 체력을 잘 아는 터라 잠시 망설였지만, 아찔한 높이의 산자락에 걸친 구름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풍경 앞에서 어느새 숨이 가쁜 것도 잊고 말았다. 트레킹 후 도착한 반얀트리 링하의 아늑한 몽골식 유르트 안에서 맛본 티베트식 야크 고기 핫팟은 하루의 피로를 단숨에 녹여준 잊지 못할 한 끼였다.
반얀트리 링하는 중국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연 반얀트리 호텔이자, 해발 3,300m 고지대의 초원과 계곡, 설산이 어우러진 천상의 공간이다. 약 20년 전, 티베트의 오래된 농가를 개조해 문을 연 이 호텔은 럭셔리함보다 기존 농가의 양식과 주변 자연을 해치지 않는 조화로운 방식에 초점을 맞췄다. 티베트 전통가옥 구조를 최대한 보존한 2층 건물로, 2층에는 침실과 흙벽 난로가 있는 거실이, 계단 아래에는 과거 가축 우리였던 공간을 개조한 넓은 욕실이 자리한다. ‘불결함은 멀리 두고, 깨끗함을 높이 둔다’는 티베트 문화의 철학이 그대로 녹아 있다.
1 반얀트리 리장 마운틴 뷰 풀빌라 객실 내부. 2 반얀트리 링하 티베탄 스파 생츄어리 객실 내부.
반얀트리로 향하는 여행은 단순한 머무름을 넘어 지역과 교감하고 지역 문화를 체득하도록 이끈다. 이러한 철학은 ‘스테이 포 굿(Stay for Good)’ 프로그램을 통해 빛을 발한다. 반얀트리 리장은 바이샤 마을의 자수 학교를 방문해 수공예를 배우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호텔 내 갤러리에서는 이곳에서 만든 자수 공예품을 위탁 판매해 나시족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실제 사용되는 상형문자인 나시족의 동파문자를 직접 배우고, 그들의 문화를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특히 나시족의 전통의상을 입고 저물녘 호수 뒤 옥룡설산을 바라보며 수천 년 동안 전해내려온 기도 의식을 행한 순간은 기억에 깊이 남는다. 아쉽게도 돌에 적은 소원이 이뤄지는 행운은 얻지 못했지만, 신성한 산의 영험한 기운이 몸속으로 들어오는 듯한 기분이었다. 반얀트리 링하에서는 티베트 가정을 방문해 전통 음료 버터 티와 보리로 만든 간식 잔바를 함께 만드는 체험을 진행하며 숙박객에게는 특별한 추억을, 지역민에게는 경제 활동 기회를 제공한다.
중국 진출 20주년을 맞아 리장을 직접 찾은 반얀그룹 창립자 클레어 창의 말은 반얀트리의 철학을 함축한 듯했다. “우리가 만든 공간이 단순한 호텔이 아니라, 여행과 문화, 역사, 사람을 이어주는 접점이 되길 바랍니다. 한 투숙객이 오늘 10년 만에 반얀트리 리장을 다시 찾아와 ‘집에 돌아온 기분’이라고 하더군요. 그 말이 참 인상 깊었어요. 이곳이 사람들에게 남기는 감정과 기억이 바로 우리가 소개하려는 것이죠. 프라이버시와 친밀함, 그리고 이 땅의 유산과 역사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공간. 그것이야말로 반얀트리가 지향하는 바입니다.” 길지 않은 여정이지만 반얀트리의 지향점을 체감한 뜻깊은 시간이었다. 어쩌면 10년 뒤 리장 땅을 밟으며 ‘집에 돌아온 기분’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자료 제공 반얀트리 리장, 반얀트리 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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