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일 ‘황금시대’ 선언…동맹 과시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오전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에서 미일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양국 정상은 40분간 진행된 회담에서 미일 동맹 관계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모두 발언에서 “우리는 가장 강력한 수준의 동맹국”이라며 “일본을 돕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항상 그곳에 있겠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미일 동맹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동맹이 될 것”이라며 “일본과 미국을 더 풍요롭게 하기 위해 미일 동맹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함께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공통분모인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에 대해 언급하며 신뢰 구축에 나섰다. 다카이치 총리는 모두 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베 총리에 대한 오랜 우정에 감사드린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전 총리는 좋은 친구였고, 나는 그에게서 당신이 얼마나 훌륭한지 들었다. 그는 당신이 총리가 된 것을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강경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총리는 2022년 7월 총격 사건으로 사망한 아베 전 총리의 정책 노선을 계승한 ‘아베 후계자’를 자처한다.
두 정상은 회담 후 ‘미일 핵심광물과 희토류 확보를 위한 채굴·정제 프레임워크’와 ‘새로운 황금시대를 향한 미일 동맹 협정 이행’ 문서에 공동 서명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미일 동맹의 새 황금시대를 위한 합의 이행’이라는 이름의 이 문서에는 “두 정상이 7월22일 체결된 역사적인 미일 협정과 이에 따른 행정명령 14345호, 협정 공동 성명, 9월 4일 발표된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상기하며 이 위대한 협정을 이행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명시돼 있다. 일본은 지난달 5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와 자동차·부품 관세 인하를 교환하는 MOU를 체결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일 무역 합의는 매우 공정한 합의”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재협상이나 변경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국 정상은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맞서 희토류 등 중요 광물 확보와 공급망 강화에서도 협력을 다짐했다. 중국이 이달 초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경제 안보 관점에서 미일이 공동 대응을 꾀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
◇ 희토류 협력·무역합의 이행 강조…‘아베’ 공통분모로 화기애애
백악관은 두 정상이 서명한 프레임워크에 “각국의 산업 기반과 첨단 기술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광물과 희토류의 안정적 공급을 가속화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양국은 금융 지원, 무역 조치, 핵심광물 비축제도 등 정책 수단을 활용하고,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기업 간의 소통을 활성화하는 노력도 함께 기울이기로 했다.
이번 회담은 다카이치 총리의 극진한 환대 속에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1월 취임 이후 태국과 캄보디아의 분쟁 종결에 기여했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휴전합의도 이끌어냈다. 전례 없는 역사적 위업”이라고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에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1기 집권 당시 골프를 매개로 친분을 다지며 강력한 유대 관계를 맺었던 아베 전 총리도 적극 활용했다. 골프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 금박 기술을 활용한 ‘황금 골프공’과 함께 아베 전 총리가 사용했던 골프 장비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대표단에게 미국산 소고기로 만든 스테이크와 쌀로 만든 음식을 대접했다.
정상회담장 외부에는 미국 포드의 픽업트럭 F-150과 미국에서 생산한 토요타 자동차의 캠리가 전시됐다. F-150은 미국 자동차 산업 전성기를 상징하는 모델이다. 현재도 판매되는 F-150을 일본 정부가 100대 정도 구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차량 전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일본이 미국 자동차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불만을 제기해 온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일본 공영방송 NHK는 전했다.
미일 정상은 이날 오후 미국 대통령 전용 헬기인 ‘마린원’에 동승해 요코스카 미 해군 기지로 이동하고 미국 원자력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에 함께 올랐다.
일본 언론들은 “다카이치 총리가 오모테나시를 최대한 활용해 트럼프 대통령을 즐겁게 했다”고 보도했다. 오모테나시는 일본에서 손님을 성심성의껏 대접하는 것을 이르는 말로 일본 특유의 환대를 뜻한다. 아베 전 총리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기분을 맞추고 칭찬하며 극진히 대접하는 ‘오모테나시’ 전략으로 미일 밀월관계를 만들기도 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