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제2형사부(이의영 재판장)는 이날 살인 및 존속살해,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아버지 A씨와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딸 B씨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문맹인 A씨와 경계선 지능을 가진 B씨에 대한 검찰의 위법 수사를 모두 인정했으며 검찰이 추측만으로 이들을 압박해 피고인의 자백과 동기에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에 대한 지적 능력, 학력, 자백 진술의 개연성 등을 모두 살펴보면 피고인은 경계선 지능을 가진 사람으로 인정된다”며 “신뢰 관계인 동석 없이 자백 진술이 이뤄졌고 진술거부권도 고지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범행 동기도 검찰이 예단을 가지고 질문과 조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B씨는 결박되는 등 현저히 불안한 상태에서 아버지와의 공모를 인정했기에 검찰 조사 내용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백씨 부녀는 지난 2009년 7월 전남 순천시 소재 마을에서 청산가리를 넣은 막걸리를 아내 최씨와 최씨의 지인에게 마시게 해 2명을 살해하고, 2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백씨 부녀가 부적절한 관계를 숨기기 위해 아내이자 친모인 최씨를 살해했다고 판단했고, 이는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으로 불리며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부녀의 자백 진술에 신빙성이 없는 점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유죄로 판단을 뒤집었고 2012년 대법원에서 해당 형이 확정됐다.
이후 2022년 1월 백씨 부녀는 ‘검찰의 위법·강압 수사’를 받았다는 취지로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이 재심 개시를 결정해 같은 해 12월부터 재판이 진행됐다.
피고인 변호를 맡은 박준영 재심 전문 변호사는 “해당 사건은 검찰의 자백 강요로 얼룩진 사건이다. 검찰의 증거 조작과 강압 수사가 자행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이 범행 도구로 지목한 플라스틱 수저에서 청산염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국과수 감정 결과를 비롯해 CCTV에 막걸리 구매를 위한 피고인의 차량 이동이 잡히지 않은 점, 검찰이 ‘청산염 보관 이유’로 삼은 오이농사에는 실제 청산염이 사용되지 않는 점 등 피고인의 무죄 성립에 유리한 증거물들이 제출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무죄 판결에 대해 검찰은 “재심 판결문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거쳐 상소 제기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며 대법원 상고 가능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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