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한미 양국이 관세 협상과 대규모 투자 패키지 실행 방안을 두고 막판 조율에 나섰다.
하지만 극적인 합의에 이르기는 여전히 쉽지 않은 분위기다. 한국 협상단을 이끄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미국의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최근 주말 이후 두 차례 이상 화상회의를 가져 접점을 찾으려 했지만, 핵심 쟁점인 현금 투자 비율에 대해선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의 주요 내용은 지난 7월 30일 타결됐던 한미 관세 협정의 후속 조치다.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투자 방식과 금액, 구체적인 일정 등 세부 사항에 대해 양측 입장이 크게 갈려, 정상회담 직전까지도 합의가 미뤄지고 있다.
한국 측은 전체 3,500억 달러 중 직접 현금 투자는 5% 이내로 제한하고, 나머지는 보증 중심으로 추진하길 바라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일본과의 선례를 거론하며 현금 중심의 직접 투자가 최소 절반 이상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간극은 연간 투자 규모에서도 나타나는데 미국은 매년 250억 달러씩 8년간 총 2,000억 달러 규모의 현금 투자를 요구한 반면, 한국은 10년에 걸쳐 매년 70억 달러씩, 총 700억 달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지난 22일 현지시간으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함께 미국을 방문, 워싱턴DC에서 러트닉 장관과 직접 만났다. 귀국 후에도 또다시 추가 화상회의를 이어가며 최종 합의를 시도했지만, 28일 현재까지 의미 있는 진전은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양국 주요 인사들의 발언도 합의 기대감을 낮추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6일 현지시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투자 방식, 금액, 일정, 손실 공유와 배당 방식 등 거의 모든 쟁점에서 의견 차가 있다"고 밝히며, 투자 패키지 논의가 아직 교착 상태임을 드러냈다.
미국 역시 협상이 쉽지 않음을 인정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27일 말레이시아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아직 합의에 이른 상황이 아니며, 해결해야 할 세부 쟁점이 많아 매우 복잡한 협상"이라고 말했다.
이는 양국이 일부 요구사항에 양보를 했음에도, 현금 투자 비율이나 이익 배분, 위험 분담 등의 핵심 쟁점에서는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협상 전문가들은 이번 한미 투자 패키지 논의가 단순히 투자 금액 조정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 양국 경제와 산업 구조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 현안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은 한국의 현금 투자 비율 확대를 요구하지만, 단기간에 대규모 외화를 투입할 경우 한국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양국이 각자의 경제 상황과 정책 목표를 충분히 반영한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정상회담 전 극적인 합의보다는 이번 협상이 이후 단계로 넘어갈 가능성이 더 크다고 내다봤다. 한국 측은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 미국과 세부 조율을 지속할 방침이다. 최종 합의 여부는 29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식 확인될 전망이다.
이번 협상은 단순한 관세 조정이나 투자 실행을 넘어 한미 경제 협력의 장기적 틀과 투자 구조, 위험 분담 방식까지 점검하는 시험대라 할 수 있다. 협상 결과에 따라 한국의 산업 투자 전략과 미국과의 경제 신뢰 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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