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한 병 경매가 10억 낙찰…유럽산 위스키 아성 허무는 日 장인 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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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 한 병 경매가 10억 낙찰…유럽산 위스키 아성 허무는 日 장인 가문

르데스크 2025-10-28 16:08:0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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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술 애호가들이 열광하는 위스키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산토리그룹의 행보에 글로벌 경제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리는 니나미 다케시 산토리그룹 전 회장이 마약 스캔들로 전격 사임과 동시에 창업주 일가가 경영 일선에 재등장했다. 글로벌 경영 감각을 갖춘 전문경영인, 장인 정신으로 무장한 오너 일가 등 그동안 산토리그룹을 지탱했던 두 기둥 중 하나가 사라진 만큼 향후 산토리그룹의 성장 전략에 유의미한 변화가 생겨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장인 정신 깃든 고급 위스키로 글로벌 애주가들 입맛 저격…경매가 10억 사례까지 등장


산토리그룹은 1899년 일본 오사카에서 시작된 주류회사다. 12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장인정신과 혁신을 결합해 세계적인 종합주류기업으로 성장했다. 산토리그룹은 각 증류소의 기후와 수질, 숙성 환경을 세밀하게 분석해 위스키마다 고유한 풍미를 극대화하는 전통 방식을 고수해오고 있다. 동시에 혁신적 제품 개발과 글로벌 마케팅 전략을 통해 일본 위스키를 세계 무대에 알리고 대규모 인수합병 등 적극적인 해외 진출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

 

자회사인 산토리 식품 인터내셔널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는 전부 비상장 기업이다. 상장을 하지 않아야 일관된 술 맛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인 정신에 기인한 결정으로 알려졌다. 2024년 연결기준 산토리그룹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4179억엔(원화 약 31조원), 3289억엔(원화 약 3조원) 등이다.

 

산토리그룹의 대표적인 위스키는 크게 대중적인 제품과 프리미엄급 제품으로 나뉜다. 대중적인 제품으론 산토리 하이볼로 유명한 '가쿠빈'(Kakubin)이 유명하다. 프리미엄급 제품으론 야마자키 증류소에서 생산되는 싱글 몰트 위스키(단일 증류소에서 생산된 순수 보리 위스키) '야마자키'(Yamazaki)와 '히비키'(Hibiki)' 등이 있다. 모두 일본 위스키를 대표하는 제품으로 부드러우면서도 깊은 풍미가 특징이다. 일본 특유의 자연 조건을 활용한 방식으로 제조돼 다른 나라 제품과는 분명한 차별점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야마자키, 히비키 등은 매년 영국 런던에서 개최되는 국제주류품평회(ISC)에서도 잇따라 수상하는 등 일본 위스키의 글로벌 위상을 드높인 제품으로도 익히 유명하다. 2003년 '야마자키 12년'이 금상을 받은 데 이어 2004년 '히비키 30년'이 일본 위스키 최초로 부문 최고상을 받았다. 지난해엔 야마자키 12년이 처음으로 전 부문 최고상을 수상했다. 이러한 인기는 경매시장으로까지 이어졌다. 일부 한정판 제품인 '야마자키 55년'의 경우 최근 홍콩 경매에서 한 병에 약 10억원에 낙찰돼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술로 기록됐다.

 

한국에서도 산토리그룹 제품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일본산 위스키 수입액은 798만달러(원화 약 114억 원)로 전년 대비 92.5% 증가했으며 2024년 1월부터 11월까지는 883만달러(원화 약 127억원)를 기록했다. 12월 수입량까지 합산하면 연간 총 수입액은 최초로 1000만달러(원화 약 143억 원)에 근접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수치에는 야마자키와 히비키를 포함한 산토리그룹의 주요 브랜드가 상당 부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야마자키 12년은 현재 국내 대형마트와 일부 주류 전문 판매점에서 병당 약 30만원 가량에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산토리그룹은 '옥상옥' 지배구조를 띄고 있다. 토리(鳥井)·사지(佐治) 두 가문이 89% 지분을 보유한 '고토부키'가 지주회사인 산토리홀딩스를, 산토리홀딩스가 각 계열사를 각각 지배하는 식이다. 산토리그룹은 2009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주요 사업 분야를 각 계열사로 분산했다. 주요 계열사로는 △일본 위스키를 담당하는 산토리주류 △맥주 사업을 전담하는 산토리맥주 △미국 '빔(Beam)'사와 합병하며 설립한 빔산토리 △음료·식품 사업을 맡는 산토리음료&식품 △건강기능식품과 웰빙사업을 담당하는 산토리웰니스 등이 있다. 

 

日 주류시장 선도기업 산토리…토리(鳥井)·사지(佐治) 두 가문의 끈끈한 형제 경영


산토리그룹의 역사는 1899년 창업주 토리 신지로가 설립한 '토리상회'에서 시작됐다. 1922년 신지로는 일본인 최초로 스코틀랜드에서 위스키 제조 기술을 배워 온 타케츠로 마사타카를 영입해 1924년 그룹의 모체인 야마자키 증류소를 설립했다. 이후 1932년 출시한 '가쿠빈(각진 병)' 위스키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야마자키 증류소는 일본 주류 시장의 선두기업으로 우뚝 섰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신지로는 살아 생전 배우자 오자키 쿠니 사이에서 장남 토리 키치타로, 차남 사지 케이조, 삼남 토리 미치오 등 세 아들을 낳았다. 최초 후계자로 낙점된 장남 키치타로는 일본 최대 유통업체 한큐한신토호그룹 창업주의 딸 고바야시 하루코와 결혼하며 사업 기반을 넓혀 갔다. 그러나 키치타로가 31세의 나이에 원인 불명의 병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차남 사지 케이조가 가업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당시 차남 케이조는 자식이 없는 친척에게 자녀를 보내 대(代)를 잇도록 돕는 일본 전통에 따라 친척집의 양자로 들어가 '사지'(佐治)라는 성씨(姓氏)를 달게 됐다. 그러나 성이 달랐지만 신지로의 선택은 변함이 없었다. 당시 신지로는 케이조가 가업을 잇게 되자 "차남을 양자로 보낼 필요가 없었는데"라며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산토리그룹은 케이조의 자손인 '사지'(佐治) 가문과 케이조의 친형제들 자손인 '토리'(鳥井) 가문이 함께 이끌게 된다.


2대 회장으로 취임한 케이조는 초창기 산토리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었지만 1988년 도호쿠 지역 비하 발언으로 일대의 위기를 맞았다. 당시 수도 기능 이전 문제를 논의하는 방송 프로그램에 오사카 상공회의소장 자격으로 참석한 케이조는 도호쿠 주민을 향해 '구마소'라는 비하 표현을 사용해 큰 논란에 휩싸였다. '구마소'는 본래 남부 이민족을 비하하던 표현으로 도호쿠 지역과는 관련 없는 단어였다. 케이조의 발언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고 이후 산토리 제품 불매운동까지 생겨났다.


특히 도호쿠 지역의 불매운동 수위가 상당했는데 해당 지역이 당시 일본 내 위스키 소비 1위 지역으로 꼽히는 센다이 지역에 속해 있어 매출 타격 또한 상당했다. 사태의 심각성이 더해지자 케이조 회장은 직접 도호쿠를 찾아 '도게자'(땅 위에 앉아 절을 하는 일본의 예법)를 하며 공개 사과를 하기도 했다.

 

▲ 니나미 다케시 산토리 전 회장. [사진=연합뉴스]

 

당시 사건을 계기로 산토리그룹 회장직은 사지 가문이 아닌 토리 가문의 후손에게 넘어갔다. 3대 회장에는 토리 키치타로의 외아들이자 창업주의 장손인 토리 신이치로가 선임됐다. 젊은 시절부터 창업주의 경영 철학과 위스키 제조 기술을 철저히 교육받은 신이치로는 회장 취임 후 위스키의 품질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이후 2대 회장인 사지 케이조의 장남 사지 노부타다가 4대 회장직에 올라 올해 4월까지 경영을 이끌었다. 노부타다가 퇴임한 이후에는 산토리그룹 역사상 최초의 비오너 일가 출신이자 '샐러리맨 신화'로 불리는 니나미 다케시가 5대 회장에 올랐다.


최근 산토리그룹은 창사 이래 최대 경영 위기를 맞고 있다.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리던 니나미 전 회장이 마약 스캔들에 휘말리며 돌연 사임하는 등 갑작스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니나미 전 회장은 미쓰비시상사, 로손(LAWSON) 등을 거쳐 산토리그룹과 인연을 맺은 후 사장에 이어 회장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2014년 산토리홀딩스 사장 재임 당시 약 160억 달러(원화 약 17조 원)를 투입해 미국의 위스키 회사 빔(Beam)사를 인수하는 초대형 M&A를 성사시켰다. 덕분에 산토리그룹은 매출 기준 세계 3위의 글로벌 주류기업으로 도약했다.


미나미 전 회장은 회장 취임 직후 해외 지인으로부터 대마 성분(THC)이 함유된 건강보조제를 전달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올해 9월 1일자로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일본에서는 THC 성분이 포함된 제품의 소지나 수입이 엄격히 금지돼 있으며 단순 소지만으로도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니나미 전 회장은 "해당 제품이 합법적인 성분 제품인 줄 알았다"며 결백을 주장했지만 기업 이미지 추락을 우려한 오너 일가 측은 그의 사임을 공식 발표했다. 미나미 전 회장 사임 이후 사지 노부타다(佐治信忠) 전 회장이 임시 회장직을 맡아 경영을 이끌고 있다. 앞으로 산토리그룹 3대 회장의 아들인 토리 노부히로 현 산토리홀딩스 사장이 회장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전망되고 있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산토리그룹 오너 일가가 다시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은 위기 상황에서 책임을 지고 기업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의지로 볼 수 있다"며 "산토리그룹이 창업 이후 100년 넘게 가족 경영을 통해 브랜드 철학과 품질을 일관되게 유지해 온 기업이었던 만큼 당분간 토리·사지 두 가문의 영향력이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일본 시장에서의 성장만으론 한계가 뚜렷한 만큼 그룹의 성장을 위해서는 국제적 감각을 갖춘 전문 경영진과의 조화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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