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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플러스] ‘종이 울리는 순간’, 사라진 숲이 기억을 부를 때

뉴스컬처 2025-10-28 15:21:2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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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단 3일을 위해 천 년의 숲이 베어졌다"

김주영·코메일 소헤일리 감독의 다큐멘터리 '종이 울리는 순간(As the Bell Rings)'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그늘 속에 가려졌던 ‘가리왕산’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놓는다. 제22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한국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한 작품은, 오랫동안 복원 약속이 지연된 ‘왕의 숲’의 현실을 통해 우리가 어떤 대가로 축제를 즐겨왔는지를 묻는다.

조선시대부터 ‘왕의 숲’이라 불리던 가리왕산은 평창 올림픽 알파인 경기장을 짓기 위해 무참히 깎였다. 복원을 전제로 한 개발이라는 사회적 합의는 있었지만, 시간이 흘러도 복원은 지지부진하다. 대신 관광용 케이블카와 추가 개발 계획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종이 울리는 순간'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올림픽 이후 잊힌 산을 다시 기억하게 하고 싶었다”는 김주영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화려한 스포츠 이벤트의 뒤편에서 침묵한 자연의 목소리를 포착한다.

'종이 울리는 순간' 포스터. 사진=시네마 달
'종이 울리는 순간' 포스터. 사진=시네마 달

작품은 ‘고발’보다 ‘성찰’에 있다. 카메라는 파괴된 산의 상처를 과장하지 않고, 그 위를 조심스레 걸으며 변화의 시간을 함께 지켜본다. 인간의 침묵과 자연의 기다림이 교차하는 장면들은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공동 연출을 맡은 이란 출신 감독 코메일 소헤일리의 시선이 더해지며, 국경을 넘어선 생태적 감수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내레이션을 맡은 가수 솔비의 목소리는 다큐멘터리의 차가운 현실에 부드러운 온기를 더한다. 솔비의 담담한 어조는 “기억하고, 묻고, 다시 시작하자”는 영화의 주제를 관객의 마음속 깊이 새긴다.

'종이 울리는 순간'은 가리왕산의 복원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가올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반복되는 ‘개발의 명분’을 되짚으며,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기 위한 방식은 무엇인가를 근본적으로 묻는다. 다큐멘터리는 어떤 답을 제시하기보다 관객 스스로 질문하도록 이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환경영화의 태도일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희미하게 울려 퍼지는 종소리는 사라진 숲을 기억하려는 이들의 의지이자, 우리가 다시 시작해야 할 ‘복원의 시간’을 알리는 신호음이다. 가리왕산의 이야기는 결국 ‘자연’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이다. 김주영 감독의 말처럼 “많은 이들이 더 큰 관심을 가진다면, 언젠가 이 산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11월 12일 잠시 멈춰, 우리가 잃어버린 숲의 시간에 귀 기울여볼 때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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