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이후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나오는 이야기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나서서 금리 인하기를 이어나간다고 밝혔지만, 금리 인하 전망은 급격히 후퇴하고 있다. 경기는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집값 상승 기대감은 꺾이지 않으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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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률 예상치 웃돌고 집값 상승 기대는 4년 만에 최고
28일 한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대비 1.2%(속보치) 성장했다. 한은 전망치(1.1%)와 이데일리 설문조사 결과(1.0%)를 모두 웃돌았다. 양대 수출 효자 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이 호조를 보인 가운데, 소비쿠폰과 주식시장 상승세에 힘입어 민간소비도 완연한 회복세를 나타냈다. 설비투자는 증가 전환했고, 골칫거리였던 건설투자 부진은 완화됐다.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 상승 기대감은 견조했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22로 전월보다 10포인트 올랐다. 2021년 10월(125) 이후 4년 만에 최고치이며, 상승 폭은 2022년 4월(10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년 후 집값에 대한 전망으로, 이 지수가 100을 웃돌면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소비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한은에서 발표된 두 가지 통계는 한 가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예상보다 높은 성장률은 금리 인하 필요성을 약화시키고, 여전히 높은 집값 상승 기대감은 금리 인하를 부담스럽게 하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후에도 다수의 전문가들은 양호한 경기 흐름과 부동산 시장 과열을 이유로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10·15 대책 이후 거래량이 크게 감소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집값이 쉽게 안정되지 않는다면 한은이 정부 정책과 엇박자를 감수하고 기준금리를 인하할 명분은 부족하다”며 “추가 인하 필요성의 핵심 논거인 GDP갭(실제성장률-잠재성장률)의 마이너스 폭은 경기 개선 흐름에 따라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회사 입장(하우스뷰)은 11월 금리 인하를 전망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연내 인하가 힘들다고 본다”며 “부동산 시장이 안정된다는 전제 하에 이르면 내년 1분기에 추가 인하가 가능할 수 있겠지만 이조차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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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성장률 전망치 상향 유력…“금리인하 근거 약화”
한은이 다음 달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성장률을 상향 조정할 것이 유력하다는 점도 금리 인하의 근거를 약화시킨다. 한은은 지난 8월 경제전망 당시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로 1.6%를 제시했다. 이후 발표된 2분기 성장률 잠정치는 속보치보다 0.1%포인트 높았고, 3분기 성장률 속보치도 8월 전망치에 비해 0.1%포인트 높았다.
한은 관계자는 “2분기와 3분기 성장률이 올라간 효과만 따져도 산술적으로는 내년도 성장률을 0.1%포인트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총지출 증가율이 8.1%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 역시 성장률 상향 조정 요인이다.
내년엔 미 관세의 부정적인 영향을 1년 내내 받게 되는 점이 수출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긴 하지만 이를 상쇄할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평가다. △반도체 경기 호조 지속 △국내 기업들의 수출 다변화 성과 △미 정책금리 인하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 등이 대표적이다.
정성태 삼성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4분기 이후에도 한국 경제는 분기 0.45%, 연간 1.8% 안팎의 잠재 수준의 성장률을 시현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2%로 상향한다”고 했다. 이어 “내년 1월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하나, 지난(10월) 금통위에서 총재의 성장률 상향 리스크 언급을 감안하면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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