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김희준 기자= 제주SK 주장 이창민이 잔류에 대한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25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5 34라운드를 치른 제주가 수원FC에 2-1로 이겼다. 제주는 승점 35점으로 리그 10위 수원FC(승점 38)를 3점 차로 추격하는 데 성공했다.
이창민은 지난달 28일 수원FC와 홈경기에서 퇴장당했다. 이날 제주는 총 4명이 퇴장당했다. 전반 35분에는 송주훈이 싸박과 경합 도중 팔꿈치를 사용해 페널티킥을 내주고 레드카드를 받았다. 후반 추가시간 8분 잘못된 공 처리로 싸박을 막아세우려다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핸드볼 반칙을 한 김동준 골키퍼가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고, 후반 추가시간 13분에는 코너킥이 선언되자 분개한 안태현이 공을 걷어찼다가 경고 누적 퇴장을 당했다. 여기에 후반 추가시간 15분 벤치에 있던 이창민이 스로인 방해를 한 싸박을 밀치면서 레드카드를 받으면서 제주는 K리그 최초 한 팀 4퇴장이라는 오명과 함께 3-4로 패배하는 아픔을 겪었다.
공교롭게도 이창민이 복귀한 경기도 수원FC와 리그 경기였다. 이 경기 전 제주는 리그 11위로, 10위인 수원FC와 격차가 6점이었다. 승리하면 잔류에 대한 희망을 볼 수 있었고, 패배하면 사실상 11위로 승강 플레이오프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만큼 이창민은 경기 전 싸박을 찾아가 화해의 포옹을 하는 등 이 경기에 대한 마음가짐을 정갈히 했다.
이날 제주는 유리 조나탄의 멀티골로 리그 11경기 만에 승리를 거뒀다. 이창민도 중원에서 팀 승리에 조력했다. 평소 해왔던 대로 노련한 조율과 단단한 수비로 수원FC를 무력화시켰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전체적으로 제주가 안정감 있는 경기를 펼치도록 도왔다. 유리 조나탄이 선제골을 넣고 중계 카메라에 세리머니를 하다가 수원FC 응원석과 김태한의 오해를 사 싸움이 번질 뻔했는데, 이창민이 적극적으로 유리 조나탄을 막아서면서 싸움이 아닌 소동으로 끝날 수 있었다.
이창민은 오랜만의 승리에 감격한 모습이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나 “승강 플레이오프를 가지 않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 같다. 앞으로 4경기가 더 남았는데 최대한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가지 않아도 되는 성적으로 마무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이런저런 농담으로 사기를 끌어올리려 했지만 선수들은 부담스러웠을 거다. 그동안 좋지 않은 성적에 경기에 투입되는 게 쉬운 것만은 아닌데 선수들이 편하게 마음먹고 들어갈 수 있게끔 많이 도와주려 했다”라고 말했다.
퇴장에 대한 심경도 솔직하게 밝혔다. 이창민은 “정말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다시 훈련하면서 경기에 돌아왔을 때 더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주장이기도 하고 솔선수범하면서 남은 시즌 포기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컸다”라며 “퇴장당한 선수들끼리 따로 얘기를 하지는 않았다. 서로가 서로의 행동에 대한 잘못을 분명 인지하고 있다. 우리가 분위기를 망친 것도 사실이고 팬들에게 좋은 모습이 아닌 그런 모습을 보여드린 게 죄송스러웠다”라며 퇴장을 만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훈련에 임했다고 말했다.
싸박과 사과 비화도 드러냈다. 이창민은 “그 사건 이후로 싸박 선수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전화로 미안하다는 의사를 전했는데 그래도 눈을 맞추고 얼굴 보고 교감하는 게 더 중요할 것 같았다. 일단 내가 잘못을 했기 때문에 어찌 됐든 그거에 있어서 그 선수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은 마음에 찾아갔다”라며 “싸박에게는 ‘미안하다고 하고 싶었다. 경기는 경기고, 그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라고 전했다. 싸박도 괜찮다며 쿨하게 받아줬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번 승리로 제주는 승강 플레이오프권을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현재 9위 울산HD와 격차는 6점이다. 순위 싸움에 있어 직접적인 경쟁자라 할 수 있는 울산이나 FC안양과 맞대결이 남아있어 충분히 승강 플레이오프권을 벗어나는 그림도 그려볼 만하다.
이창민은 “모든 선수가 경기장 안에서 압박이 없진 않을 거다. 그렇지만 일단은 9위, 8위까지 성적을 들이대 보고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것과 그냥 플레이오프부터 생각하는 건 천지차이다. 최대한 9위, 8위로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순위에 변화를 주고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것과 아닌 것은 분위기 싸움에서 큰 차이가 있다. 체력 안배를 생각하기보다 파이널B에서 최대한 높은 성적을 바라보고 나아가겠다”라고 말했다.
팬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날 제주 팬들은 10경기 무승으로 심경이 복잡했을 텐데도 ‘끝까지 함께 싸우자’, ‘그 누구가 뭐라 해도 우린 널 믿어!’라고 적힌 걸개로 선수들을 응원했다. 이창민은 “그 걸개를 보고 울컥했다. 저걸 봐서라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라며 “이런 팬들이 계시는데 우리가 한 경기 이겼다고 나태해질 수는 없다. 남은 4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잘 치러보겠다”라며 의욕을 고취시켰다.
사진= 풋볼리스트, 제주SK,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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