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에서 태어난 고려인 폴리나는 7살에 한국에 와 초등학교를 다녔지만, 한국어 장벽 탓에 선생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모른다, 아프다, 배고프다' 같은 가장 기본적인 말도 전할 수 없었다. 수학·과학·사회 시간은 암호 같았고 그는 끝내 중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폴리나가 다시 공부를 시작한 곳은 고려인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였다. 모국어인 러시아어와 한국어를 함께 배우며 폴리나는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공부'를 하게 됐다. 얼마 전엔 한국어능력시험 4급을 받을 만큼 성장했다.
28일 경기 안산 이주민시민연대사회적협동조합 대안학교 고려인 학생 5명과 활동가 등 10여명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회견을 열고 여전히 공립학교에 남은 고려인 청소년들이 언어 장벽 탓에 교실을 떠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고려인 3~5세대 아이들은 대한민국에서 역사 미아에서 언어 미아가 되고 있다. 학교 교실에서 잠만 자던 아이, 학교 교실을 뛰쳐나간 고려인 아이는 우리 사회의 깊은 상처가 될 수도 있다"며 대안을 호소했다.
조합에 따르면 고려인 청소년들은 한국어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수업을 들어 교사와의 의사소통이 어렵고, 모른다는 말조차 하지 못하는 일도 빈번했다. 통역이나 이중언어 지원이 없는 탓에 교사들 역시 학생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며 무력감을 느꼈다.
참가자들은 이재명 대통령과 최교진 교육부 장관에게 현장 교사를 중심으로 한 교육부 특별팀의 즉각 구성, 고려인 밀집 지역 학교에 대한 맞춤형 교육 지침과 지원 시행, 학교 밖 고려인 아동을 위한 종합 돌봄 지침 마련을 촉구했다.
아울러 고려인 아동 실태조사 실시와 이주민 자녀 밀집 지역 학교를 대상으로 한 교육 개선 연구용역 추진 등을 요청했다. 이들에 따르면 현재 고려인 아동에 대한 연령별·지역별 통계가 마련돼 있지 않아 정확한 규모나 학습 실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려인은 일제강점기 시절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된 한인들의 후손으로 현재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등 유라시아 전역에 약 5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오랜 세월 고국과 단절된 채 현지 언어와 문화를 익히며 살아왔지만 '고려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며 한민족의 뿌리를 지켜왔다.
최근에는 경제, 교육적 이유로 한국으로 돌아오는 이들이 늘면서 국내 체류 고려인만 10만명을 넘었고 그중 상당수가 안산과 인천, 화성 등지에 정착해 있다고 조합 측은 설명했다.
조합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다언어 현실을 전제로 한 공교육이 이미 이뤄지고 있다. 스페인은 지역에 따라 바스크어와 카탈루어, 갈리시아어로 공교육을 운영한다. 조합은 "지역 언어로 꿈을 만들고 스페인어로 꿈을 실현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영어를 중심으로 하되 지역에 따라 스페인어 기반의 공교육이 운영되고 있으며, 중국 연변자치주 등은 거리 간판과 학교 교육에서 한글을 중국어와 함께 병행하고 있다.
조합은 마지막으로 "지난 15년의 교훈은 우리말로 고려인 아이들에게 배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이라며 "고려인 아이들이 자신의 언어로 꿈을 만들게 하고, 그 아이가 성장하면서 그 꿈을 한국어로 실현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 교육이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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