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팀내에서 가장 가치가 높았던 선수 3명을 일제히 팔아치우고 더 성적이 오르는 팀이 있다. RB라이프치히는 장사와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지난 여름 라이프치히는 선수 매각에 거침이 없었다. 2024-2025 독일 분데스리가 7위에 그친 뒤 리빌딩에 나섰다. 특히 토트넘홋스퍼의 러브콜을 받은 공격형 미드필더 사비 시몬스를 팔면서 이적료 6,000만 유로(약 1,003억 원)를 받았다. 시몬스는 토트넘에서 전임 주장 손흥민의 등번호 7번을 물려받았다.
베냐민 세슈코를 7,650만 유로(약 1,279억 원)에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 팔았다. 유벤투스로 임대 보낸 로이스 오펜다는 아직까지 다소 부진하지만 완전이적 조건이 정해져 있어 유벤투스에 눌러앉을 것이 유력한데, 이 경우 임대료와 더한 총 이적료는 4,400만 유로(약 736억 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때 최전방의 든든한 로테이션 멤버였던 유수프 포울센, 기대만큼 성공하지 못한 안드레 실바 등 다른 스트라이커들도 이적했다. 공격진의 기둥뿌리가 뽑힌 수준의 엄청난 변화였다.
이 자리를 메우기 위해 새로운 유망주들을 영입해 왔다. 특히 공격진에는 스트라이커 호물루, 얀 디오만데, 요한 바카요코 등이 영입됐는데 이들 중 누구도 검증된 선수는 아니었다. 라이프치히의 스카우트 안목과 베르너 감독의 역량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라이프치히는 기대 이상의 순항 중이다. 개막전에서 바이에른뮌헨에 무려 0-6 대패를 당했지만, 2라운드에서 곧바로 상처를 털어버린 뒤 이후에는 6승 1무로 무패 행진 중이다. 바이에른의 바로 뒤를 쫓는 2위에 올라 있다. 이후 7경기에서 16득점 3실점으로 공수 양면에서 탁월한 모습을 유지했다. 가장 최근인 8라운드에서 아우크스부르크르 6-0으로 대파한 건 개막전 상처를 스스로 씻은 듯한 스코어였다.
절묘하게도 라이프치히를 떠난 선수들은 하나같이 아직 기대 이하다. 시몬스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단 1도움, 세슈코는 2골 1도움으로 둘 다 기대에 부응했다고 하기에는 멀었다. 오펜다는 유벤투스에서 제대로 뛰지도 못하고 있다.
라이프치히는 재능 넘치는 선수들의 다양한 활약으로 떠난 선수들의 빈자리를 메꿨다. 스트라이커 호물루는 3골 3도움으로 득점도 나쁘지 않지만 팀 플레이 능력이 그 이상이다. 튀르키예 리그를 거쳐 온 브라질 공격수라 그리 큰 기대가 없었는데, 주전 공격수로 기용하기 충분하다. 좌우 윙어 안토니오 누사, 바카요코, 디오만데 등도 돌아가면서 훌륭한 모습을 보여준다.독일 대표급 좌우 풀백 다비트 라움, 리들레 바쿠의 경기력도 좋다.
191cm 신장에 발재간과 팀 플레이 능력까지 겸비한 19세 미드필더 유망주 아산 웨드라오고는 마치 전성기 폴 포그바 같은 느낌이 드는 선수다. 지난해 라이프치히로 이적한 뒤 장기부상으로 제대로 뛰지 못한데다 나온 경기에서도 시원찮아서 그리 주목 받지 못했는데, 이번 시즌 뜻밖에 주전으로 도약했다.
이처럼 재능이 출중한 선수들이 사방에서 상대를 흔들고 팀 플레이를 하면, 마무리는 주로 미드필더 크리스토프 바움가르트너의 몫이다. 20대 초반 선수들 사이에 낀 26세 바움가르트너가 눈치 빠르게 패스를 주고받거나 킥을 꽂아 넣으며 공격포인트를 생산한다. 현재까지 5골 1도움으로 팀내에서 골이 가장 많다.
라이프치히는 다시 한 번 엄청나게 어린 팀이 됐다. 1군 중 10대 주전급 10대 선수가 웨드라오고, 디오만데 두 명이고 20대 초반을 합치면 절반이 넘을 정도다. 지난 시즌 부진 때문에 유럽대항전도 안 나가는데 어리기까지 한 선수들이 매 경기 막대한 에너지를 쏟아내면서 적극적으로 경합한다. 공격형에 가까운 선수를 많이 배치해도 팀 수비에 문제가 없는 이유다. 라이프치히는 경기당 평균 태클 리그 5위, 가로채기 리그 1위를 기록 중이다. 보통 약팀일수록 수비를 많이 하는 게 당연하므로 리그 2위 팀이 이처럼 수비 지표가 좋다는 건 그만큼 압박이 강하다는 걸 의미한다.
이들을 하나로 묶어낸 올레 베르너 감독이 신의 한수였다. 베르너 감독은 홀슈타인킬 시절 이재성을 지도해 국내에도 친숙한 지도자다. 당시 2부에서도 예산이 많지 않았던 킬 선수단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여러 번 승격에 도전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어 2부 베르더브레멘을 1부로 승격시키기도 했다. 약간 노안이라 얼굴만 보면 눈치채기 힘들지만 37세에 불과한 젊은 감독이다. 굴라치 페테르 골키퍼보다 겨우 두 살 많다.
라이프치히는 요슈코 그바르디올, 다니 올모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선수와 율리안 나겔스만 등의 감독을 배출한 팀이다. 유망주 육성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운 라이프치히의 역량은 이번 시즌에도 이어지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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